2년 만의 백수 탈출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by 백취생

주변 지인에게 이제 취업을 했고 더 이상 백수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말만큼 많이 들은 말은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네'였다. 사실 백수 시절이 마냥 좋은 시절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직장생활이 마냥 백수 시절보다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내가 겪는 매 순간이 기쁘고 행복할 때도 있고 슬프고 힘들 때도 있는 것 같다.


입사하게 될 회사 면접에서 '자영업과 회사 생활을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힘들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자영업은 정말 너무 힘들어서 할 것이 못된다라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진솔하게 대답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자영업과 회사생활 두 가지 다 나름대로 힘든 면이 있다. 그런데 그 힘든 면은 종류가 확실히 다르다. 자영업은 현재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일을 할 때 선택의 자유로움은 있지만 그 선택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확인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반면 회사 생활은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많다. 서류와 동료로부터 현재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다. 심지어 같이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 없기에 나와 잘 맞는 사람과 만나면 좋지만 그 반대면 차라리 외롭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퇴사할 때 다시는 회사생활 안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다시 동종 업계 회사에 입사한다. 편식하는 아이는 굶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내가 딱 그 짝이다. 돈 없어보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다행히 5년의 공백을 이해해주는 직장을 찾았다. 물론 이번에 입사하게 될 회사는 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의 협력사였다. 아무래도 내가 고객사에서 근무했던 8년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판단해준 것 같다.


자영업을 그만두고 2년 3개월의 백수 생활은 정말 도전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살면서 가장 치열하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해봤다. 공무원 시험을 1년 3개월 정도 준비했다. 시험에 너무 붙고 싶어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달 고시원 생활을 해봤다. 아침 먹고 공부하고, 점심 먹고 공부하고, 저녁 먹고 공부하고, 자고 다시 아침 먹고 공부하고...... 할거 없으면 공무원한다는 말은 정말 멀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공무원들이 많아서 그렇지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조용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아마 현재 공무원의 최소 30배는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에 합격한 사람의 이야기만 들으니, 마치 나도 하면 될 것이다라는 착각에 빠지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좁은 방에서 하루 종일 책만 보고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못하는 것이 나는 너무 괴로웠다. 결국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고시원을 나왔다. 공무원 준비를 해보고 이거 함부로 누구에게 해보라고 추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험은 결국 떨어졌다. 하필 내가 친 직렬이 올해 합격선이 제일 높았다. 나도 나름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경쟁자들은 더욱 잘 쳤다. 작년 기준으로는 합격했겠지만 올해는 어림도 없었다. 시험은 분명 운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남은 1년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준비했다. 자격증을 가지고 원서를 냈지만 다 떨어졌다. 신입인데 경험이 없고 나이는 많아서 서류를 단 하나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모든 도전들이 실패로 끝났고, 나의 통장잔고는 더 이상 기다려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분명 아내의 인내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국 나는 전 직장의 경험을 살려 동종업계에 원서를 냈고 곧 출근을 한다.


사람일은 알 수 없다. 결국 나는 내가 도망쳐 왔던 그곳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내가 가장 처음 브런치에 올린 글 <밖에서 만나면 다 좋은 사람이다>에 나오는 6번째 팀장이 지금 내가 입사하는 회사의 같은 팀에 재직 중이다. 그는 여전히 분노에 차있다고 지인으로부터 들었는데, 나는 곧 그 사람하고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내가 다시 동종업계의 회사로 입사하는 것처럼 힘들게 백수 탈출을 했지만 다시 백수가 되는 일도 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고 아직 출근도 안 했는데 퇴사를 염두에 둔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사람일은 알 수 없는 거라 백수를 탈출했지만 백취생이라는 지금 나의 필명은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내가 브런치에 글 적는 것을 아내가 알게 되었다. 본명으로 글을 쓰지 않아 나의 글을 못 읽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내에게 이야기했던 경험도 글로 적었기에 아내는 연관 검색어로 내 글을 찾아냈다. 그래서 혹시 이 글을 아내가 언젠간 읽을 수도 있기에 이런 말을 남기려 한다.


"2년 동안 믿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나 퇴사할 생각 없어. 평생 참고 다녀볼게."







그런데 아내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일은 알 수 없다는 것을......


keyword
이전 03화너의 용기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