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알려주지 않는 차이

다름의 생각

by 먼소리뚜버기

과연 일과 노동은 무엇일까?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조금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궁금해진 나는 사전을 펼쳐 보았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은 ‘일’을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해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이고, ‘노동’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사전의 설명으로 보면 둘 다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활동”으로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이든 노동이든, 다 그냥 먹고살기 위한 거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막상 우리의 하루를 떠올려 보면 느낌은 조금 다르다.

어떤 날은 밤늦게까지 남아 보고서를 고치면서도 “이건 꼭 제대로 해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다. 힘들지만 묘하게 뿌듯한 그런 시간, 우리는 그걸 대체로 ‘일’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계속 시계를 훔쳐보게 되는 순간도 있다. 몸은 일터에서 움직이는 데 마음은 자꾸만 밖으로 달아날 때, 그때는 ‘노동’이라는 말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일은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목표나 가치를 향해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이는 데 더 가깝다. ‘이걸 왜 하는지’를 알고 있어서, 힘들어도 버티게 하는 방향 같은 것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걸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하고 중간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애쓰는 과정이 들어 있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노동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대부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방식으로 정해진 일을 반복한다. 고용주의 지시와 감독 아래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주어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노동은 겉으로 보면 건조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아주 현실적인 무게를 지닌다.

일상은 일과 노동이 섞여서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그 안에는 서류 정리, 보고, 반복적인 업무 같은 노동이 섞여 있다. 반대로,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노동 속에서도 뜻밖에 “이 일은 내가 좀 잘하는 것 같아”하는 순간, 작은 자부심과 보람이 피어오를 때가 있다.


사전은 ‘일’과 ‘노동’을 뚜렷하게 나누어 놓지만, 우리 삶 속에서는 그렇게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일이 더 고상하다, 노동은 덜 가치 있다”를 따지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든 노동이든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의미와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일지 모른다. 오늘 하루를 마칠 때 “그냥 시간만 보냈다”라는 허무함이 아니라 “그래도 이만큼은 내가 해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나다운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사전을 덮고 나서, 나는 묻게 된다. “앞으로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며 살고 싶은가? 그리고 지금의 내 노동 속에서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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