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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세진 Jul 01. 2024

정의 구현(1, 프롤로그)

1편

(어린 시절 불국사에서)


    아는 것 없이도 그저 해맑던 여섯 살, 나는 아버지 손을 잡고 집 근처에 있는 불국사로 갔다. 아버지는 독실한 불교 신자여서 주말이면 산사의 향기를 이리저리 맡으러 다녔다.     


    저기 그림 좀 봐요. 손이 엄청 많아요. 어! 손안에 눈도 있어요. 징그러워요. / 징그럽다고 하지 마. 관음보살님이셔. 천 개의 손, 천 개의 눈으로 중생들의 고통을 보고 계시지. / 그럼, 저 그림의 손이 천 개에요? / 그럼. / 세어 보셨어요? / 아니. / 그럼, 천 갠 걸 어떻게 알아요? / 천 개라고 믿는 거지. 너 속으로 손 몇 개인지 세고 있지? 아빠 말이 맞으니 그럴 필요 없다. / 거짓말! 그런데 관음보살님이랑 악수하면 엄청 따갑겠어요. 눈을 만지는 거잖아요. / 보살님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셔. 손오공보다 강한 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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