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그대여 더 이상 눈물은 이젠 흘리지 말아요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이석훈)
닥터 도는 상담을 시작하며 나에게 종이 안내판 하나를 건넸다. 안내판에는 **"정신질환자의 십계명"**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약을 먹어보니까 어때요? 몸이 촤악 가라앉으면서 불안한 마음이 좀 덜해지는 것 같지 않아요?"
"네,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런데 혹시라도 약물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조금은 있죠. 약을 오래 먹으면 몸에 안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통계를 하나 보여드릴게요."
닥터 도는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나에게 내밀었다.
"여기 보시면, 항우울제나 항정신병 약물의 부작용 가능성은 대체로 5% 이하예요. 물론 모든 약물이 약간의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지만, 정신과 약물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쳤고 전문가들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죠. 특히 항우울제는 중독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의 설명은 내가 갖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을 조금씩 누그러뜨렸다.
"감기약처럼 한동안 먹다가 나아지면 끊으면 되거든요. 중요한 건 증상이 있을 때 제대로 약을 먹어서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거예요. 그리고 증상이 나아지면, 전문가와 상의해서 조절해도 돼요."
닥터 도는 또 다른 팸플릿을 건넸다.
**"정신질환자의 십계명"**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하나씩 읽어볼까요? 첫 번째부터 읽어주세요."
"일. 내가 마음의 아픔이 있는 사람임을 인식하기."
"맞아요. 제일 중요한 게 자기 인식이에요. 내 상태를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첫걸음이죠. 만약 빠르게 병원을 찾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어요."
닥터 도는 이어서 말했다.
"두 번째 계명부터 여섯 번째까지 읽어주세요."
"둘, 약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 갖기. 셋,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약 챙겨 먹기. 넷, 내가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다섯,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약 먹는 모습을 확인받기. 여섯, 약의 용량을 함부로 줄이거나 끊지 않기."
닥터 도는 다시 한번 통계를 사용해 설명을 이어갔다.
"실제로 약을 먹지 않거나 함부로 끊는 환자들은 재발 위험이 70% 이상이에요. 반대로, 정해진 시간에 약을 꾸준히 복용한 환자들은 재발률이 2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관리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는 잠시 쉬고 나서 일곱 번째 계명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중요한 얘기를 하나 해볼까요? 일곱 번째 계명은 **'자발적 거세 동의서'**를 작성하는 거예요. 이건 성충동 억제를 위한 선택이죠. 자발적으로 미리 동의서를 작성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거세 동의서요...?"
"네. 하지만 오해하지 마세요. 이 동의서는 무조건 거세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 성충동으로 인해 성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가 판단할 경우에만 시행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태가 아주 나빠지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거죠."
닥터 도는 내 표정을 보며 더 자세히 설명을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성충동 억제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재범률은 5% 이하로 떨어져요.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대비해서, 사전에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자발적으로 거세 동의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성충동 억제나 거세는 아무도 쉽게 결심하지 않죠. 하지만 이것은 용기 있는 선택이에요.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당신이 먼저 도전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어요. 상황이 심각해질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하세요."
닥터 도는 다시 한번 통계를 보여주며 말했다.
"성충동으로 인한 범죄가 재발할 확률은 50% 이상이에요. 그러나 자발적 거세 동의서를 미리 작성한 사람들의 재범률은 5%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예방적 조치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파급효과가 있죠."
나는 점점 그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정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네요. 확실히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고..."
"네, 조열성 씨 같은 분이 먼저 나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정말 큰 파급효과가 있을 거예요."
닥터 도와의 상담이 끝나갈 때, 나는 병동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정신병동에서 지내면서 느낀 게, 시설 개선이 정말 절실하다는 거였어요. 청결 문제도 그렇고,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병동 환경이 좀 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닥터 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정신건강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정신병동 시설도 정말 중요하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개선 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어요."
나의 머릿속에서 **'정신방역운동'**이 서서히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저, 퇴원하면 정신병동 시설 개선과 관련된 캠페인을 벌여보려고 해요.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요."
"그거 정말 멋진 생각이에요. 필요하다면 언제든 저에게도 도움을 청하세요."
그렇게 나는 퇴원을 준비하며, 정신병동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성충동 억제를 위한 거세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정신방역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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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의 십계명
1. 내가 마음의 아픔이 있는 사람임을 인식하기
2. 약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 갖기
3.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약 챙겨 먹기
4. 내가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5.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약 먹는 모습을 확인받기
6. 약의 용량을 함부로 줄이거나 끊지 않기
7. 자발적 거세 동의서를 미리 작성하기
8. 약을 줄이고 싶을 때는 주치의와 꼭 확인하기
9. 괜찮다고 느낄 때도 한 번씩 입원하여 치료받기
10. 복약의 중요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