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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듭스 Aug 08. 2021

Blue gray

무참히 떨어지는 똥 / 그림 글 : 박형진

무참히 떨어지는 똥


인간에게 길들여져 인간에 의지하여 사는 개들. 녀석들 중 일부는 (인간으로부터) 버려지거나 (인간의) 먹잇감으로 사육하기 위해, 또는 (인간에 의해) 강제적으로 새끼 강아지를 출산하는 모견으로 선택되어, 최악의 경우 허공에 떠 있는 똥 무더기 쇠창살로 가게 된다. 똥 치우기를 하지 않기 위해 개발되었다는, 인간의 이기적인 편의를 위한 이 혐오스러운 발명품 “뜬장”. 그러니까 뜬장의 개들은 인간의 편리에 의해 최소한의 동물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눈꼽 만큼의 배려도 없이 무자비하게 방치되어 더럽고 피폐해진 모습은 너무나 보기 힘들고 불편하고 마음 아프다.


녀석들은 오물 범벅의 뜬장에 간신히 버티고 서서, (인간들의) 음식 찌꺼기를 받아먹고는 얼기설기 뜬장 아래의 똥 무더기 땅바닥으로 자신의 똥을 또다시 떨군다. (인간이) 녀석들을 꺼내 주지 않으면 똥 범벅 오물 범벅의 뜬장에서 (인간의) 먹잇감으로 도살되거나 죽어서야 나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곳에 갇힌 녀석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뜬장에 가둔 것도 인간이고 꺼내려 애쓰는 것도 인간이다.


결국 인간의 문제이다.


박형진 作_‘Blue gray-어둠 속의 듀란듀란’, 2017 (위) /  ‘Blue gray-떨어지는 똥’, 2020 (아래)



내가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년 전, 동물보호단체가 공개한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오물로 뒤덮인 어린 강아지들이 음식쓰레기가 담긴 더럽고 찌그러진 냄비에 코를 갖다 대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왜 저 녀석들이 저런 곳에서 저러고 있는 거지?


박형진作_BLUE GRAY-오물강아지_2017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과 산책을 하고 놀이를  때도  오물 범벅의 녀석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누군가 보여주지 않으면 보기 힘든 것들. 그런 것들도 그려야겠다. 그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게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Blue gray (푸른빛 도는 회색)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그림들은 내가 녀석들을  무더기에서 꺼낼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 중의 일부이다.



#painting  

#acryliconcanvas

#ar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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