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있을 때, 타이레놀을 가끔 먹는데 (임신 후에는 먹지 않지만) 그때마다 마법처럼 두통이 사라지는걸 보며 현대 의학의 대단함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알게된 의학 발전을 보며 타이레놀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음을 깨달았다.
우선 나의 임신 시작부터가 그렇다. 우리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기를 만나게 되었다. 시험관 수술이라는 것, 정말 대단하다.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만들어 배양한다. 과학 실험실 같은 곳에서 우리의 주치의가 샬레에 수정란을 기르고 있는 상상을 한다(상상일 뿐 실제로 어떤 도구로 어떻게 배양하는지는 모른다). 어떤 수정란을 이식하는지에 따라서 태어나는 아기가 달라진다는 것도 신기하다. 만약 작년 그 역사적인 날에 나의 주치의가 다른 수정란을 골랐다면 다른 아기가 태어났을 것이다.
두번째 감탄은 기형아 검사의 일종인 니프트 검사를 하면서. 37세의 고령 산모로서 기형아 검사 자체에 대해서 조금은 긴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형아 검사와 함께 성별도 알수 있게 된다고 해서 그부분이 꽤나 설렜다. 과연, 딸일까, 아들일까.
놀라운 일은, 그 성별이라는 것이 내 피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 예전에는 성별 검사를 초음파를 통해, 고추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산모의 피검사로 태아의 성별을 알수가 있게된 것이다. 니프트 검사 결과 Y염색체가 발견됐다고 했다. 여자인 나의 몸에서 Y염색체가 나왔으니 아들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음파 사진 기술이 놀라웠다. 아기가 뱃속에서 조금 자라자 산부인과 검진 전에 영상의학과에서 입체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입체로 아기의 신체부위 곳곳을 볼 수 있다. 뇌, 척추, 손, 발, 얼굴, 위장 등등 그 생김새를 보고 정상 발달 여부를 판단한다. 검사 와중에 아기의 미모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인데, 아기가 몸을 잘 돌려주지 않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얼굴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면 담당의는 검사기기로 배를 살살 두드리거나 나를 옆으로 돌아눕게 해서 아기의 얼굴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해주었다.
영상초음파 기술에서 내가 감탄한 점은 태어난 아기가 영상초음파 사진을 통해 AI가 구현해낸 아기 추정도와 꽤나 닮았다는 점이다. 나보다 먼저 출산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의 아들도 AI추정도와 정말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다음 생이 있다면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다. 지금 나의 일도 보람되긴 하지만, 내가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하고있는지는 간접적으로만 상상할 수 있다. (가끔은 상상력이 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학 연구는 다르다. 사람들의 인생을 명백히 눈에 보이게 좋게 만들 수 있다. 아기 얼굴을 보여주어서 수많은 임산부들을 기쁘게 하고, 아기를 미리미리 건강하게 해줄 수도 있다. 참으로 멋진 일이다.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