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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나 sseona Jan 31. 2024

좋은 사람 혹은 멍청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지쳤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어지간하면 긍정적인 내가, 그만 지쳐버렸다.

인생에서 큰일인 이사와 인테리어리모델링, 그 와중에 육아와 가정

그리고 손에 놓을 수 없는 미라클모닝 새벽시간.


그중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다 움켜쥔 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이사해 보기는 처음이어서, 집을 사고 오래된 구축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일은 정말 생소하고 낯설다. 알아볼 것도 많고 많은 사장님들과 소통하고 결정하고 일을 해나가야 한다.


처음 결혼을 하고 집을 얻고 꾸밀 때는 0에서부터 시작해서 소소하게 꾸미고 장만하고 알콩달콩 그랬던 것 같은데….(너무나 옛날 같은 느낌이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이 모든 것이 버겁고 쉽지 않다.


이를 나눌 수 있는 어른은 당연히 남편인데, 주중엔 출근을 하고 요즘 회사에 이래저래 압박이 많은

남편은 때때로 안쓰러워 내가 집에서 복닥이는 만큼 그도 회사에서 여러 일들도 복잡할걸 알기에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으쌰으쌰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튼 작년 끝자락부터 준비해 온 이사계획이 이제 다음 달 초면 드디어 얼마 남지 않았다.

 막바지라 여러 가지 잡음들이 들려오는데, 결정적으로 거의 80% 완성 중인 인테리어에 큰 하자가 발생했다.

인테리어 업자이신 사장님은 거의 15년 넘게 아파트상가의 인테리어를 맡아오신 베테랑 이신대

우리 아이들도 이뻐해 주시고 친절하셔서 순조롭게 인테리어가 합리적 가격에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큰 하자가 발생했다. 속상했다.


 아직 어린 둘째를 그 추운 날에도 동여매고 업체를 2-3번 방문하고 컨택해서 분명 우리의 의사는 전달했는데 같이 일하시는 사장님 따님분(실장님)과 두 분 사이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결정적인 업체 측이 실수가 발견됐다. 주말에 그 하자를 인지하고 사장님이 마침 계셔서 얘기드렸는데 당시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려한 사장님의 언변에 그… 그런가? 하는 멍청한 얼레벌레한 행동으로 지나쳤다. 그날은 가구도 급하게 고르고 계약한 날이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렸는데 마음에 너무 걸렸다. 잠을 이루려다가 이래 저리 뒤척이며 찝찝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다음날 일요일임에도 나는 새벽기상을 했다.


 원래 새벽루틴을 하기도 전에 마음속에 모락모락 어제의 그 하자가 목구멍에 돌이 걸린 듯 자꾸 밟혔다.

안 되겠다 싶어서 요즘 글쓰기 수업에서 배운 본능분석과 반박제거의 기법으로 현재 상황을 글로 써봤다.


엉켜있는 생각을 글로 풀다 보니 명확한 지점이 보였다. 투입된 나의 예산과 업체 측의 실수.

이사는 당장코앞이고, 우리 집대표인 내가 나서지 않으면 내내 걸릴 것 같았다.


글로 생각을 정리한 뒤, 남편과도 의논하고 고민 끝내 업체 단체 톡방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부드럽고 단호하게 글을 썼다. 잘못된 부분을 사진과 함께 첨부해서.

주말이라 전화로 하기에는 미안하기도 했고. 나도 좀 떨렸다.


당연한 요구를 하는데도 왜 이렇게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힘들고 하기 싫던지.

나의 자의식은 여전히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나 보다.


내가 손해를 입는 상황에서도.

너무나 어리석고 멍청한 행동이었다.




다행히 저녁쯤 사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여전히 입담으로 얼레벌레 넘어가려 하셨지만 나는 말을 고르고 사장님의 답변을 듣고 나의 의견을 나름 단호하게 말했다.


가슴은 콩닥콩닥.


사장님도 어느 정도 인지하신 것 같고 이제 3일 남은 공사기간 안에 조치를 취해주시기로 했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나의 의도를 잘 전달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나를 방패막으로 가만히 있는 것 같은 남편이 조금 야속하지만 로봇 같던 그의 최고야 최고라고 추켜세우는

T스러운 칭찬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사회에서 나는 당당했는데, 엄마가 되고 지켜야 할 식구가 되고 나는 약해졌다.

나 자신은 내가 챙겨야 하는데, 그런 순간에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쓸데없이 배려한다.

자신을 먼저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타인에게도 배려받지 못한다.


30대 후반이 된 나는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다.

어른이 되면 다 잘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어렵다.

그래도 한 뼘 더 내 생각을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스스로 다독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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