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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나 sseona Jan 10. 2024

여행 중에 쓰인 글들

기대감과 아쉬움 그 사이

여행자의 독서법


다음 주 여행지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샀다.


여행을 가기 위해 책을 고르고 골라서

실용적인 자기 계발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한 번쯤 읽어보려 했던 고전소설.


여행지에 미처 가기도 전에 손끝에 닿은

책의 느낌이 좋아서 각각 책의 서문들을 읽어보았다.


책을 고를 때 신중했었던 마음이 무색하리만큼

각각의 색깔과 문체로 단숨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오래간만에 너무 두근거렸다.


아마 여행지에서 읽을 거라는 기대감과

각기 다른 스타일의 문장들이 번뜩이며

나의 눈가를 환하게 비춰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마음은 여행지에서 시원한 칵테일을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 있게 책을 읽는 내가 그려졌다.




힘을 빼는 연습


여행지에서 오랜만에 수영을 하게 되니 잊고 있던 마음가짐이 생각났다.  

‘힘을 빼는 것’


삶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단순하게 힘을 빼기가 여간 쉽지 않다. 삶을 살아가면서 힘을 주며 살아가는 날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 때문에 몸은 긴장하고 미간에는 주름이 잡히고, 결국에는 자세에 영향을 주고 마음도 찌그러지곤 한다.

늘 강한 건만이 답은 아닌데, 나이를 먹을수록 힘을 빼는 게 참 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잡생각들이 물에 몸을 맡긴 내내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그러다가 이내 기우뚱 거려 물에 빠질 뻔도 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그리곤 연습해 본다


한번 더 생각해 본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지평선은 붉은빛에서 점차 주황빛으로 빛난다. 그 아래로 점점 비치는 구름을 보면서

포근한 안도감을 느꼈다


세부에서 새벽비행기로 한국으로 오는 여정도 츨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다


새벽 1시 50분 비행기로 공항에 가는 일도 아이와 부담스러웠지만 0.5박을 값비싼 숙소비를 지불하고 떠나야 하는 여행의 마지막이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그랩으로 공항 가는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밤도 늦었고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전혀 잡히질 않았다 심상치 않아서 결국 카드로 추가 1000페소까지 한 후 1400페소에 호텔 리무진을 타고 폭우를 뚫고

자는 아이를 안아 무사히 막탄공항에 도착했다.


수하물 초과의 짐까지 붙이고 또 한 시간가량 지연된 비행기를 타자, 그제야 안도감과

피곤함에 졸음이 밀려왔다.

비행기에서 한참 졸다가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그림도 끼적이고 글도 쓰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

남편과 아이는 곤히 자고 있고 비행기는 방향을 비틀어 내 고향 한국으로 가는 이 시간.

감사하고 안도감이 든다.


여행의 끝이 아쉬운 건 돌아갈 집이 있어서라는 말이 비로소 실감되는 새해 첫 가족여행이

종착역으로 가고 있다.


-2023년 세부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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