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의 꽃잎에 관하여
요즘 튤립 꽃이 너무 이뻐서 한 다발
사와 화병에 꽂아 놓았다
그런데 몇 밤 뒤 너무 꽃잎이 벌어져
더 이상 처음 모습이 아니게 되어
아쉬웠다
그리곤 튤립 꽃은 다신 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며칠 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경비실 옆에 튤립 몇 그루가 심어져
있는 걸 보았다
그 튤립들도 꽃잎이 퍽 넓게 펴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때가 되어 보니
튤립의 꽃들이 다물어져 있었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온도에 민감한 튤립은
온도에 따라 꽃잎을 다물고 퍼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튤립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온도를 잘 못 맞춰준 나의 무지함인데
괜스레 오해할 뻔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실들을 단정 시켜버리는
단순하고 무지한 판단이
다시는 튤립 꽃다발을 사지 않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나의 짧은 판단이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나는 오늘도 한 면만 보고
판단하는 무지를 나도 모르게
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집에 오는 길에 비를 맞고 있는
싱그러운 튤립들이
빗물에 흔들리는 게 보인다
참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