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아이가 말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난
아이와 함께 등원 길을 나서고 있었다.
‘운전을 하고 갈까’라는 고민을 살짝 했지만 몇 달 전 다리를 다친 이후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서 그런지 자꾸 치일 피 일 운전하기를 미루고 있기에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빗길 운전이 자신이 없었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아이와 우산을 쓰고 주변의 나뭇잎을 관찰했다. 아이와 빗물에 떨어진 나뭇잎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나뭇잎은 벌레가 갉아먹었나 봐”
장화를 신은 발로 그새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툭툭 치며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아이.
나는 이내 빗방울이 거세지는 게 신경 쓰여서 아이에게 괜한 말을 건네 본다
“엄마가 운전할걸 그랬나?”
아이는 이내 까르르 미소 지으며
엄마 비가 오니까 눈썹 같은 걸로
세차하면서 가면 되잖아
라며 말한다.
“눈썹?! 순간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잠깐 생각해보니 번뜩 매칭 되는 게 있었다
아..! 와이퍼”
아이의 눈에는 와이퍼가 눈썹같이 보이고 빗물이
마치 세차해주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느끼고 상상하는 대로 사물의 이름을 말하는
아이의 말
와이퍼가 눈썹처럼 보였을 아이의 시선이 그저 귀엽다.
“엄마가 와이퍼로 빗방울을 닦으며 가면 된다는 거지?”
최근 한글을 배우고 있어서 말을 교정해주자
“응 와이퍼 말이야 그걸로 비를 닦으면 되잖아”
어느새 스펀지처럼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여 원래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레 쓰는
귀여운 여섯 살 꼬맹이
너의 그 한마디가 비 오는
가을 초입에 미소를 짓게 해 준다
#오늘 발견한 사적인 귀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