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일 일기를 쓰냐고 묻는다면

열정에 기름붓기 다이어리를 3개월 쓰고 난 뒤

by Seri Kim

열정에 기름붓기 다이어리 7월 버전인 '하얀 데미안'을 거의 다 써간다. 오늘 10월 버전을 예약 구매했다. 그러니까 3개월간 열기가 내건 매일 일기 쓰기 수칙을 나름대로 지키고, 의미 있는 결론을 얻은 셈이다.


페이스북에서 책을 홍보하는 콘텐츠 마케팅 회사였던 열기는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우리의 고객'이라는 결론을 얻고, 그들을 타깃으로 한 커머스를 시작했다. 2017년 크리에이터 클럽(크클)이라는 소셜 살롱을 열면서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페이스북 콘텐츠와 커머스, 소셜 살롱은 각기 다른 비즈니스 영역 같지만 고객 정의부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많은 연결점을 갖고 있다. 열기의 두 번째 사업 부문이었던 커머스의 가장 상징적인 제품이 열정에 기름붓기 3개월 다이어리다. 분기마다 하나의 주제로 다이어리를 만들고, 사용자들이 의미 있는 기록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채워 넣는다.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봤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악간 사아아아아아알짝 사짜 냄새나기도 하고, 모눈종이든 무지든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를 적기만 하면 일기지 싶고, 1년 다이어리 가격에 맞먹는 15000원을 고작 3개월용 다이어리에 써야 하다니 호갱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그러나 7월의 주제가 마침 재밌게 읽고 있던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에 바로 구매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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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 달에 20일은 쓴 것 같다. 너무 쓰기 귀찮을 때는 여섯 글자만 적은 날도 있다. 결론적으로 그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이전까지 내게 일기란 추억을 회상하는 도구 정도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빼먹지 않고 썼던 일기는 사춘기 시절 의식의 흐름을 글자로 옮긴 것에 가까웠고, 그 이후에는 노트의 첫 몇 장을 쓰다 말곤 했다.


열기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일기란 지난 하루를 돌아보고, 놓친 것을 되새기는 지적 활동이다. 단순한 기록 활동이 아니다. 열기 다이어리는 이 목적에 충실해, 동기부여의 요소를 “미친 듯이” 쏟아 넣는다.

독서 리스트, 3개월 이후의 일정, 꾸준히 시도하는 작은 목표들을 적는 골 트래커, 월간 피드백, 남기기 프로젝트 스티커 등 여러 가지 트리거들이 있는데, 내게 가장 동력을 준 건 네 가지였다.


매일 기억해야 할 영감 리스트, 3개월간 집중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 매 장의 하단에 적혀 있는 글귀, 중간중간 <데미안> 속 싱클레어의 독백과 함께 사용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덕분에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날 행복하게 하는 요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내 신념에 충실한 하루를 살았는지, 사회적인 요구들에 치이느라 끌려다니는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는지 거듭 생각했다. 남한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니까 낯간지럽지 않았다.


한낱 다이어리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다이어리가 뭐기에? 커머스가 뭐기에? 글이 뭐기에? 그렇지만 결국 내용을 담은 상품과 글이 다한다.


한 가지 더, 열기는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사용자에게 정말 "자주" 말을 건다. 대부분 일부 사용자가 공개한 일기거나, 평범한 일상을 보낸 사람들이 뭐든 적을 수 있도록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나 특별한 내용도 있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새로운 생각을 했나요?

지난 3개월간 썼던 일기를 다시 읽어 보세요. 무엇을 느끼시나요.


나는 이 두 가지 질문과 제안이 마음에 콕 와 닿았다. 질문은 너무 좋아서 건조하고 힘에 부치는 하루를 보낸 내가 잊지 말아야 할 목표로 올려놓기도 했다. 지난 일기를 다시 읽어 보라고 주문한 부분도 마찬가지. 일기는 내일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내 생각이 변화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뒤죽박죽 엉켜 이해되지 않았던 일들이 이해가 된다. 나는 순간의 결정에 따라, 때로는 감정적으로 어떤 말과 행동을 한 것 같지만, 그 말과 행동을 하기까지 앞뒤 맥락을 꽉꽉 채워 설명한 일기를 다시 보면 생각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었다는 뜻밖의(!) 사실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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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기의 10월 버전 다이어리 컨셉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랬던 모양인데 아무리 해명 글을 봐도 논란의 시발점이 뭐였는지 1도 모르겠다) 예민한, 민감한 뭐 그런 걸 건드린 모양인데 잘 모르겠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을 통해 ppt 슬라이드 엄청 할애한 것 같은 해명 글이 몇 번 올라왔다.


그런데 나처럼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사과와 해명이 거듭될수록 변명처럼 보인다. 잘못을 인정하는 건 좋지만, 그 긴 해명 글을 읽고 있을, 배경지식의 범위가 다양한 독자를 위해 사건의 발단을 정확히 짚어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2퍼센트 아쉬웠다. 이건 냉정한 사용자의 의견.


어찌 됐건 이 다이어리가 내게 준 긍정의 영향을 믿고, 올여름 고마웠어. 가을도 잘 부탁해.



* 상단 이미지는 크리에이터 클럽 네이버 포스트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콘텐츠를 열기팀에서 확인하고 마케팅 콘텐츠로 써도 괜찮겠냐는 제안이 왔다.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수락했고, 위의 내용은 일절 마케팅이 고려된 콘텐츠가 아님을 밝힌다.

열기 10월 버전 다이어리가 궁금하다면 https://smartstore.naver.com/passionoil/products/4641579250 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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