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이 일을 하러 나갔다. 이제 난 뭐 하지. 허전했다.
공기청정기 전원을 끄고 커버를 열었다. 맙소사. 필터에 회색빛 먼지들이 수북했다. 화장실로 들어가 먼지를 긁어냈다. 그러는 동안 생각했다. 이 먼지들이 쌓여오는 동안의 지난날들을. 우리가 같이 웃었다가, 다퉜다가, 힘들어하는 상대를 토닥여주기도 하던 날들을. 찬물이 나오는 샤워기로 필터 구석구석 닦아낸 뒤 물기를 없애고 공기청정기에 안착, 전원을 켰다.
세탁기를 돌렸다. 세 번이나. 옷을 널고 이불을 널고 제습기를 돌렸다. 뽀송뽀송. 청소기도 돌렸다. 반짝반짝.
저녁밥도 차렸다. 대패삼겹과 마늘을 굽고, 남은 기름에 김치도 볶았다. 치즈를 두 장이나 넣은 계란말이까지 만든 다음 짝꿍을 기다렸다.
언제 올까. 배가 고픈데. 전화를 걸면 방해될까 싶어 메시지를 보냈다.
'언제 와?'
음식물을 달라는 위장의 요구를 계속 모른척할 수 없어 먼저 밥을 먹었다.
얼마 뒤 짝꿍이 왔다. 나는 식사를 하는 짝꿍 앞을 지키며 조잘조잘거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맛있다고, 내 덕분에 잘 먹었다고 했다. 나도 표현했다.
"그렇게 말해 주니까 좋다."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평온한 시간 보내자.
잘 먹고,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