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함께 먹어 줄 이가 없다

이별과 이별하기

by 오디ssey


아버지를 보낸 슬픔보다 배나 크다고 한다면

욕을 먹으려나... 내게는 그렇게 충격이 컸다


아버지는 15년을 살았지만

그는 40년을 알고 33년을 지지고 볶으며 살았다

매일 싸웠고 늘 미워했고 항상 탈출하고 싶었던 대상이었다.

그런 미운 그가 가고 나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절망 같은 슬픔에 헤어나질 못했다.


그가 가고서는 따뜻한 밥조차 안 한 지가 거의 3년이 돼 간다.

냉장고에는 냉동식품이 가득하고 하루 두 끼는 라면으로 때우지도 꽤 오래인 거 같다.

우연히 다양한 메뉴가 맘에 들어 한 브랜드의 냉동밥류를 시켰다가 그날밤 난 또 울고 말았다.

그중에 하나가 잡채밥이 있었다.

아마 세트메뉴였는데 미쳐 확인을 안 한 모양이다




그가 어느 날 퇴근해서 투정 어린 어리광을 부렸다

" 오늘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말이야..

그날 딱 잡채밥이 먹고 싶은 거야

그래서 시킬까 봤더니 이게 며칠보다 이천 원 올랐어

ㅠ ㅠ 나 그 돈 이천 원에 못 먹고 왔어

잡채 해줘"


그는 연봉이 적지 않은 직업군이었다

그럼에도 절약이 몸에 밴 습관에 갑작스러운 요금인상으로 그날 잡채밥을 포기했던 것이다

좋은 남편. 부드러운 아빠는 아니어도 그는 최고의 가장이었고 최상의 직장인이다. 최소한 내가 인정하는!

결코 적지 않은 연봉임에도

그는 돈 이천 원에 먹고 싶던 잡채밥을 먹지 못하고

그 감정을 나에게 투정을 부렸다.


오늘 배달되어 온 메뉴 중 잡채밥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가 먹고 싶었던 그 잡채밥?

나는 제법 손이 빠른 편이어서 음식을 빨리 만든 편이기도 했고 잡채정도는 너무 쉬운 요리였었다

잡채는 이것저것을 섞어 요리하다 보니 2인분 정도의 양은 만들어야 한다.

이제 혼자 먹기 위해 요리해야. 하나



백번이라도 잡채를 해 줄 수 있는데...

이제는 먹어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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