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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슬기 Jul 22. 2021

무알콜 맥주를 먹는 까닭

제정신을 유지하며 술 같은 것을 마시기

나는 술을 좋아한다.(인정하니 편하다.)


요즘 들어선 퍽 맛이 복잡한 술에 끌린다. 갖가지 향이 섞인 에일 맥주, 웬만한 레드 뺨치게 파워풀하면서 오키한 화이트 와인 등등을 차갑게 칠링해 마시면 천국이 따로 없겠지... 하루 종일 과부하로 뜨끈뜨끈한 뇌에 그 한 잔이면 탁, 팽팽했던 고무줄을 가운데서 탁, 자르는 느낌이 나겠지.



나는 술 안 마신 내 정신도,

술 마신 내 정신만큼 사랑한다.

그 사랑의 크기는 정확히 반반.


일단 술을 마시면 할 수 있는 일이 급격히 줄어든다. 제일 애석한 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읽기를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만취 상태가 아니고서야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읽는 즉시 글자가 뇌를 떠나고 만다. 술에 곁들이는 고급 안주로의 역할 외 남는 게 없다.


전날 밤 술로 급짜식한 두뇌를 다음 날 되살리는 데도 어느 순간 많은 시간이 든다. 맥주 한 캔만 마셔도(큰 것 기준) 다음 날 오전 내내는 날리는 시간이 된다. 물론 별 공력이 들지 않는 일, 무릎 반사 같은 글쓰기는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약간의 지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사 쓰기 내지 의욕을 내야 하는 일에 있어서는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도 엄청 마시는 나는,

다소간 나의 신경계를 건드리는 음용 활동은 가급적 삼가기로 한다. 특히나 평일에는 더욱. 게다가 요새는 전에 없는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어서 더더욱. 대신에 맛은 맥주 같으면서 취하지 않는, 무알콜 맥주를 마신다. 이건 낮에도 마실 수 있어! 하면서.


물론, 맛은 없다. 별 달리 커피 맛을 분간 못 하는 막입인 내 입에도 그렇다. 그나마 맛나는 건 하이네켄이나 칭따오 같은 외국계 무알맥인데 그건 1%도 미만이나마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어서 웬만하면 먹지 않는다.(주세법상 알콜 1% 미만이면 '무알콜'로 표기할 수 있단다) 순도 0.0의 무알맥은 희귀하기까지 해서 동네 마트엔 잘 없는데 바바리아나 하이트제로 정도다. 바바리아는 엿기름 내지는 조청맛(맥콜에서 단 맛 뺀 맛이다)이 강하고, 하이트제로는 박카스가 들어간 듯한 특유의 요상한 산미?가 있는데 엿기름과 박카스 중에 고르라면 나는 박카스여서 하이트를 박스 떼기로 사다 놨다. 차라리 탄산수를 마시겠다는 의견도 다소간 들었지만, 나는 탄산수가 풍선껌 우린 물 같단 말이야... 풍선껌 우린 물에서 단 맛만 뺀 거. 것보단 노맛인 보리 탄산음료가 더 낫더란 말이지.


그렇게 부단히도 찾은 내 욕구의 중간 자리가 하이트제로다.


하이트제로가 있는 자리


"임산부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알콜을 꺼려?"라고 말한다면 또록또록한 정신으로 공부를 하고 싶으니까! 라고 답하겠다.   전에 없이 뭘 공부하는지에 대해서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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