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까마귀를 만나러 대청봉을 두 번 오르다

by 서서희

잣까마귀를 만나러 대청봉을 두 번 오르다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남편이 설악산 대청봉에만 있다는 잣까마귀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 10년 전에 설악산에 갔다가 고생한 적이 있어 겁나긴 했지만 일단 가기로 결정을 했다. 새벽 4시쯤 일어나 달려온 오색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산행을 시작했다. 오색 코스는 워낙 험한 곳이라 올라가기엔 너무 힘이 들었다. 준비해 간 얼음물로는 부족해 정상에 거의 다 간 남편을 다시 와 달라고 청할 수밖에 없었다, 지고 간 과일통조림과 물을 마시고야 간신히 대청봉에 올랐다. 그러느라 대청봉에 간 시간은 거의 12시.

잣까마귀를 찍고 있는 젊은 분 덕분에 잣까마귀의 위치를 알고 남편은 몇 컷을 담았지만 잣까마귀는 오후에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4시 넘어서까지 기다렸지만 나무가 아닌 전봇대(?) 위에 있는 잣까마귀만 몇 컷 찍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중청 휴게소에서 자고 다시 도전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라 포기하고, 랜턴에 의지하며 8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오색으로 내려왔다.

다녀온 후에 남편과 나는 너무 힘이 들어서 며칠 고생을 했다. 평소에 매일 걷기 운동을 하는 나는 이틀 정도 지나니 아픈 것이 덜해졌지만, 남편은 자전거만 타느라 걷는 것은 등한히 한 탓에 며칠 더 고생을 했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남편은 한 번 더 가겠다고 했다. 그 고생을 했는데 제대로 된 잣까마귀 사진을 찍지 못해서였다. 나는 오색을 내려오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10년 전에도 힘들었던 설악산을 나에게 가자고 한 건 잘못이라고, ‘마누라가 항상 젊은 건 아니다.’ ‘이러다 다치면 당신만 고생이다.’ 등.

그래서 남편은 다른 사람과 가려고 했지만 설악산에 같이 오를 사진사가 없었다. 이제 조금 지나면 태풍이 오고 날씨가 나빠질 것 같아 남편은 체념하는 듯했다. 며칠 지나 다리가 좀 풀리니 나는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물만 조금 더 준비하면 올라갈 수 있을 듯했다. 한 번 갔는데, 두 번 못 가랴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한 번 더 도전하자고. 남편은 이번에는 3시에 오색 등반이 시작되니 그 시간에 맞추자고 했다. 오후까지 못 찍으면 중청에서 자고 오자고.

지난번 등반에는 남편이 모든 걸 지고 갔지만 이번에는 내가 먹을 건 내가 지고 가야 남편이 조금 더 일찍 잣까마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내 배낭에 물과 음식을 더 넣었다. 조금 무거웠지만 물이 있어 올라가기가 더 수월했다. 하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배낭의 무게가 점점 더 느껴지고 다리에 쥐가 나려고 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왔다. 간신히 정상에 도착한 나는 중청대피소 한 구석에 누워 허리부터 쉬게 했다. 누웠는데 쥐가 나서 쥐 안 나게 하는 약을 먹고, 이대로는 내려가기 힘들다 판단되어 물파스도 허리에 바르고 무조건 쉬었다. 한참을 쉬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중청 휴게소는 코로나 여파로 숙박을 할 수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8시 전에 정상에 도착한 남편은 잣까마귀 사진을 원 없이 찍었다고 했다. 오전에는 잣까마귀가 많이 나타나고, 등산객이 지나가도 피하지 않고 나무에 앉아 주었기 때문이라고. 남편은 중청 휴게소에서 잘 생각을 하고 올라왔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노라고 했다. 중청 휴게소에서 6시간 정도를 쉬고 코펠로 끓인 라면을 먹고 우리는 하산을 했다.

분명히 지난번보다 내려오기가 좀 나았고, 물과 과일도 충분했지만 지난번보다 더 힘들었다. 지난번에는 랜턴을 켜고 내려오느라, 힘들지만 내려가야 한다는 절박감에 도리어 오색 코스가 어떤지를 몰랐던 것 같다. 이번에는 해가 있어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울퉁불퉁 돌계단을 눈으로 보면서 내려오니 더 힘이 들었다. 아무리 아무리 내려가도 돌계단이 끝나지 않았다. 너무 힘이 들어 몇 번을 쉬었지만 처음보다 더 힘이 들었고, 또 오기로 했던 내 결정을 수도 없이 후회했다.

그렇게 힘들게 내려오고도 남편은 양양에서 숙박을 하고, 강릉 안목항에 있다는 도요새들을 찍고 싶다고 했다. 아직도 더 찍을 여력이 남은 건지 이해불가이긴 하지만 집에 갔다 다시 오기는 너무 먼 거리라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여름 성수기지만 코로나 때문에 싼 가격으로 낙산 해수욕장에서 숙박을 하고, 일찍 강릉으로 넘어갔다. 남편은 아침도 거르고 뙤약볕 밑에서 2시까지 새들을 만났다. 우산으로 해를 가리고 바람이 있어 아주 덥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차에서 쉬면서 기다렸다. 차도 덥기는 했지만 열어 놓은 문으로 바람이 불어줘서 견딜 만했다. 등산 때 더위에 비할까 싶었다. 왕눈물떼새와 검은가슴물떼새(나중에 개꿩이라고 판명됨), 세가락도요 등을 찍고 메밀막국수를 늦은 점심으로 먹고 집으로 올라왔다.

힘든 1박 2일의 여정이었지만 다행히 원하던 사진을 얻어 남편과 나는 만족했다. 그러면서 설악산에 다시 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그래도 또 가게 된다면 오색으로 올랐다가 한계령으로 내려오자고(잣까마귀를 만나러 가려는 다른 분들께도 권장) 다짐을 했다.

새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한 고생치고는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힘들었던 잣까마귀였다. 잣까마귀는 개체수가 적어, 텃새이면서도 만나기 힘들다고 한다. 잣까마귀의 개체수가 많아져서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DSC_6558_00001.jpg 잣까마귀t
DSC_8439_00001.jpg 한국 북부지방에 서식하는 텃새 잣까마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