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도 그림처럼 멋지게?

- <쓰지 않은 글씨> 전시회를 보고

by 서서희

글자도 그림처럼 멋지게?

- <쓰지 않은 글씨> 전시회를 보고


글 서서희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하는 <쓰지 않은 글씨> 전시회를 다녀왔다. <쓰지 않은 글씨> 전은 손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시각예술을 의미하는 캘리그래피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으로 쓰다", "만듦으로 쓰다", "새김으로 쓰다", "춤으로 쓰다"라는 말로 전시회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는데, 글자를 그리고, 만들고, 새기고, 추는 '글씨'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전시회였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그리고, 만들고, 새긴 것을 전시했다면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우리 한글의 높아진 위상에 대해 알리는 전시였다. 우리 한글이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는데, 애교, 불고기, 김밥, 갈비, 잡채, 반찬, 치맥, 대박, 동치미, 언니, 누나, 오빠, 삼겹살, 스킨십(영어에 없는 단어의 조합이라고...), 트로트, 만화, 먹방, 콩글리시, 파이팅(이것도 한국에서만 다르게 쓰는 의미?), 한복, 한류, K-접두어, K-드라마, 피시방, 탕수도(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이런 단어가 글자 그대로 영어사전에 실리고 뜻을 풀어놓았다고...

언니라는 단어를 unni라고 썼을 때는 전혀 다른 단어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언니를 sister라고 하지 않아도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한편으로는 문화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정치가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글자를 춤으로 풀어놓은 것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더불어 미디어 작가 이뿌리와 비보이 그룹 구니스 컴퍼니가 직접 콜라보로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들이 추는 춤을 보면서, 그런 춤을 추기까지 그들이 흘렸을 땀의 양이 엄청났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그냥 박수만 치기에는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 전시를 보면서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너무 글의 내용만 중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글도 중요하지만 글자가 갖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고 그런 여러 가지를 깨닫게 해 준 뜻깊은 전시였다.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데, 내일(3월 13일)까지 하는 전시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하는...


소나무를 새김으로 쓴 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노래 가사들을 멋지게 써 놓은 병풍


어깨동무는 참 좋은 말인 것 같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를 형상화한 작품

항상 여유로운 마음을 갖자는 의미로...

'이럴 때일수록' 지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


달 한 잔, 별 한 잔, 나 한 잔(새김으로 쓰다)
다양한 글자를 모아놓은 익숙한 작품...
코로나 시국에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말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실린 우리 한글을 소개하고 있다

비보이 그룹 '구니스 컴퍼니'의 춤

구니스 컴퍼니의 마무리 인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을 읽어내는 눈을 가지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