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둘레길 1구간을 세 번째 걷는 날이다. 지난번 1-2구간을 걷다가 화랑대역까지 가는 길을 놓쳐 상계역으로 내려왔기에 오늘은 상계역에서 화랑대역까지 가려고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곳에서 코로나 의심증상자와 동선이 겹쳐 따로 걷자고 했다. 손녀를 돌보는 친구, 출근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하는 친구, 백신을 안 맞은 친구가 있기에... 1시간 차이로 따로 가려고 했으나 친구들은 조금 떨어져서 걸으면 되지 않겠냐고 같이 걷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앞에서 걸으면 멀리 뒤에서 걸어오기로 했다. 같은 길을 따로 또 같이 걷자고...
5년 전에 도서관 수업을 하면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보자는 과제가 있었다. 그때 나는 <따로 또 같이>라는 이름으로 사업계획서를 낸 적이 있었다. 한 음식점을 가족이 함께 경영하는 체제로, 김밥을 잘 만드는 나는 김밥 코너, 부대찌개를 잘 만드는 남편은 부대찌개 코너, 쌀국수집 알바 경험이 있는 아들은 쌀국수 코너, 제빵에 관심이 있는 딸은 빵과 커피를 담당하는 코너를 맡아 음식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나서 그럼 오늘 등산도 따로 또 같이 걷는 등산이라 명명하자고 했다.
상계역에서 나와 지난번에 놓친 길을 찾기까지 좀 헤맸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산을 향해 올라가다 보니 화랑대역으로 가는 중간지점을 찾게 되었다. 화랑대역까지 5.9km라는 곳, 남근바위가 있는 곳에서 새로 걷기 시작했다. 지난번 1-2구간은 코스 설명에 난이도 上으로 되어 있어 조금 힘들었는데, 오늘 구간은 대체로 수월한 편이었다. 어제 눈이 왔기에 길이 질척거릴 것 같았지만 온도가 높아 눈은 다 녹았고 길도 걷기에 좋았다. 다만 해가 있을 때는 덥다가 해가 들어가면 금방 추워져 온도 차이가 심했다. 그래도 봄이 멀지 않았는지 곳곳에 산수유가 피기 시작했기에 혹시 진달래도 피었을까 하고 찾아봤지만 발견하지는 못했다.
점심도 따로 앉아 김밥으로 해결하고 등산 후 이른 저녁을 먹던 것도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핫바, 김밥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위안을 삼았다. 다음에는 그런 걱정 없이 화랑대역 5번 출구에서 모여 제대로 2구간을 걷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오늘은 앞서서 따로 걷느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건강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 같았고, 그런 이야기가 귀에 많이 들렸다. 우리 나이에는 약속을 만들어서라도 집 밖으로 나와 움직여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고. 많이 걷는 것만이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