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2월의 토요일 우리는 당고개역에서 만나 이른 점심을 하고 서울 둘레길 1-2 구간을 걷기로 했다. 엊그제까지 추웠기에 복장을 단단히 하고 왔는데, 햇빛은 따갑고 바람은 잔잔해 둘레길을 걷기 좋았다. 그리고 미세먼지 나쁨이라고 하는 날, 산 위에서 바라본 하늘은 쾌청하기만 했다.
당고개공원 갈림길에서 출발한 우리는 철쭉동산을 향해 열심히 걸었다. 난이도 상이라고 하는 구간을 열심히 걸었는데 날이 좋아서 그런지 둘레길 1-1 구간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철쭉동산을 지나 내려오다 화랑대역까지 6.7km를 남기고 길을 잘못 들어 상계역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다음 달에 상계역에서 다시 시작해 둘레길 1-3과 2-1 구간(양원역까지?)을 걸어보기로 했다. 오늘 걸은 구간은 모두 5.5km였다. 하지만 고개를 오르내리는 구간이라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완주하기로 호기롭게 출발했는데 끝내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세 명이 나눈 이야기는...
-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아 기분이 좋다. 이렇게 잘 다듬어진 둘레길과 중간중간 있는 쉼터, 동네마다 곳곳에 만들어진 운동기구들, 깨끗한 화장실, 태양광으로 켜지는 전등 등이 우리가 이 시대 여기에 사는 행복을 맛보게 해 준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이런 데 쓰이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 코로나로 인해 경로당이 운영을 멈추자 주변에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게 보인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움직이고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한 친구네는 매번 명절이면 가족 모두 모여 부모님 치매 예방 고스톱을 친다 하고, 또 한 친구는 치매 예방을 위해 친정 엄마와 함께 줌바 댄스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시게 하려 한다고... 하루빨리 코로나가 안정돼 경로당이라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거기에서 벌어지는 10원짜리 노름판이 꼭 필요하다고...
- 아이들을 다 키운 마당에 굳이 서울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지방으로 내려가면 조금 저렴한 가격에 숲세권 아파트에서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일단은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걷고, 주변 사람들 괴롭히지 않는 건강한 노후를 만들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하자는 결론... 아이들에게 물려준다고 아끼다가 아이들 고생시키지 말고 건강하게 베풀면서 살자. 아이들은 아이들 인생을 살게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잘 사는 방법을 찾자고...
- 등산을 하다 보면 테크 길과 삼 매트(야자 매트?) 길이 나오는데, 미끄럼 방지를 위해서는 삼 매트(야자 매트?)가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그런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을 편하게 하고, 그래서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
- 그리고 새 이야기, 새를 찍는 이야기... 동박새 사진이 너무 예쁘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새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새를 설명하는 말을 들으니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더라면서 그 영화를 참고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그러면서 똑같은 글을 블로그에 올릴 때와 브런치에 올릴 때 반응이 다른데 그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엄마와 떨어져 사는 딸(둘째인 딸)이 주변에서 육아에 관한 이야기('둘째는 잘못을 하고, 일을 저질러도 예쁘기만 하더라'라는...)를 들으면서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구나' 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그러면서 서른이 넘어서야 철이 든 것 같아 기특했다고... 첫째는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마음 편하게 키우지 못했지만 둘째(그게 아들이든 딸이든)는 그런 중압감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하는 짓이 모두 귀엽기만 했다는 경험담 등... 그래서 둘은 키워봐야 하는데 요즘은 하나도 키우기 힘들어서 둘째를 낳지 않으려 하니 이해는 가지만 안타깝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