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극다운 연극을 보다

- 극단 고래의 연극 <고래>를 보고...

by 서서희

연극다운 연극을 보다

- 극단 고래의 연극 <고래>를 보고...


글 서서희


오랜만에 대학로에 나갔다. 아들이 소속되어 있는 극단에서 하는 연극을 보러 갔다. 지난번에 보았던 <비명자들>도 좋은 내용이었는데, 이번 연극 <고래>는 내용, 출연진, 메시지 등 감동을 주는 정말 연극다운 연극이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이 시기에 연극을 하는 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이번 연극을 보면서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과 의욕이 보여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고래>는 '북한 잠수정 꽁치 그물에 걸리다'라는 부제가 걸린 것으로 1998년 6월 속초에 납포된 사건을 바탕으로 초고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신문에 매우 간략한 기사가 실렸는데, 기사에는 "북한 잠수정이 나타났다. 꽁치잡이 그물에 걸려 납포됐다. 끌고 가는 도중 예인선이 끊어졌다. 이후 잠수정을 확인해 보니 아홉 구의 북한군 시체가 발견되었다. 네댓 명은 난사당한 상태였고, 나머지는 자살을 했다. 항해일지를 불태워 파기하려고 한 흔적도 있었다."라고...

납포되는 잠수정 안에 있던 아홉 명이 살 수는 없었을까? 왜 죽어야만 했을까? 그 갈등의 과정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풀어낸 연극이었다. 그 당시는 고 정주영 회장이 소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역사적 퍼포먼스도 있어 남북관계가 꽤 우호적인 시대였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 <고래>는 연극을 보는 관객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있고 그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지금(아니,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것이 경색되어 있다고...)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문제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나는 그런 문제에 닥치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등... 등 돌려 외면하지 않는 내가 되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어제 대학로는 매우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극 관계자로, 관객으로 대학로를 가득 채웠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건 연극이든 영화든 코로나 시기를 힘겹게 겪었을 분들을 위해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동참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분들께 투자가 아깝지 않을 이 연극 <고래>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1.jpg 연극 <고래>가 시작되기 전...
KakaoTalk_20220524_234831174_05.jpg 연극이 끝나고...
2.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무나 변해 버린 그 시절 그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