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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의 현주소?

- <그대가 조국>을 보고

by 서서희

2022년 한국의 현주소?

- <그대가 조국>을 보고


글 서서희


비가 오는 현충일 시간을 내서 <그대가 조국>을 보려고 검색을 했다. 안양 주변은 오후 늦은 시간만 상영이 되기에 서울로 진출, 이수 아트나인을 찾았다. 2시 20분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2시 40분을 잘못 안 거라 다행이었다. 발권하는데 전 좌석 매진이었고 다음 영화는 오후 7시 정도였다. 꼭 보려고 했는데... 인덕원 4시 영화라도 봐야겠다 생각하고 나오는데 웅성웅성한 분위기가 느껴져 조금 기다렸다. 현장 발권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나도 가능한지 알아보니 미리 신청한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그런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분이 계시다고 하는 말을 얼핏 듣고, 미안하지만 도착하지 않은 분의 표라도 살 수 없느냐고 애원하다시피 해서 다행히 시작 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박정희 시대에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하면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다가 10.26을 겪고 5.18을 겪으면서 엄청난 혼란 속에 대학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까지 범생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듣고 배웠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고, 내가 옳다고 알았던 것들이 송두리째 뒤집혀 버리는 세상...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 건지를 판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통해 많은 새로운 지식들을 접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알고 깨닫기도 했다.

대학 시절은 데모의 시대였다. 데모만이 전부인 듯 보이는 세상이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박정희 시대보다 더한 전두환 시대도 있었고... 그래도 내가 바뀌었듯이 세상도 조금씩 달라지긴 했다. 그러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동안 대한민국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살았는데, 오늘 뒤통수를 한 대 크게 때려 맞은 기분이다. 이 시대에 이런 황당한 검찰이 있고, 이런 재판을 하는 법원이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기 행각으로 모든 국민을 기만하고, 그런 것이 통할 수 있었다는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에서는 그렇게 된 과정을 신문, 방송 등의 보도 자료를 통해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팩트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이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지방선거에서조차 참패해 2022년을 사는 나는 마치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세상은 정반합(正反合)으로 나아간다는데 정(正)에 반대하는 반(反)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하다. '촛불 민주화'는 어디로 갔을까? 이러다가 과연 합(合)의 세상이 올 수 있을지 한숨과 함께 두려움이 생긴다. 내 자식들에게는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 나는?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그대가 조국>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꼭 한번 보고 판단하시길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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