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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뒤집어지는 듯한 혼란의 시기였는데...

- 대학교를 다녀오다

by 서서희

세상이 뒤집어지는 듯한 혼란의 시기였는데...

- 대학교를 다녀오다


사진, 글 서서희


82년도에 졸업한 대학교를 40년 만에 찾아갔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위해 진통을 겪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내가 방문한 오늘 대학은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 바쁘게 오가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등록금도 마련하기 어려웠던 시기라 나는 입학하면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로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3학년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금지될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했다. 그래서 학과 모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과 친구들과는 거의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서클 활동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쫓아다녔다. 선배들이 잘 챙겨주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면극 연구회, 소위 탈반은 1년에 한 번 공연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좀 더 친분이 깊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 7명이 지금까지(44년간)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에 한두 번 모임을 가졌는데, 코로나로 모임이 뜸해졌다. 지금은 서울에 사는 4명만 한 달에 한 번 서울 둘레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가 풀려서 모임을 주선해야겠는데, 다들 사정이 자유롭지 못하다. 손주 보느라, 건강이 나빠져서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엄한 엄마 밑에서 어른들 말씀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초등학교는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하던 시대였고, 중고등학교 때도 반공만이 살 길이라고 배웠다. 그러다 대학교에 가서 반공이 아닌 민주주의를 접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쪼들렸기 때문에 모든 모임을 쫓아다닐 수는 없었지만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뭔가 확고한 생각을 갖고 말하는 친구나 선배보다 항상 내가 부족하고 뒤처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더 중요한 건 실천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행동으로 옮겨야만 된다는 것, 그래야 의미가 있다는 걸...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말보다 먼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되면서 학과 공부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4학년 2학기가 되어서야 순위 고사(지금의 교원임용시험)를 준비하게 되었다. 시험 준비가 늦어서 서울 순위 고사는 어려울 것 같았고, 집에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충청남도 시험을 보았다. 그때 충청남도 광천에서 시작한 교사생활이 경기도 김포, 안산, 안양으로 이어지면서 34년간 지속되었다.

오늘 대학교를 다시 가보니 건물도 많이 들어섰고 학생들도 많아진 것이 눈에 보였다. 7개의 큰 건물이 있었다고 기억되는데 지금은 너무나 많은 건물들이 웅장하게 지어졌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놀던 약대 앞 잔디밭은 있었지만, 큰 체육관 건물은 없어지고 지상주차장이 되었다. 너무 건물이 많아 강의실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옛 학생회관 앞에는 그 옛날처럼 게시판이 서 있었는데 거기에는 학칙 개정 요구안, 김건희 씨 논문 표절 의혹에 관한 건, 위안부 관련 수요 집회 건, 노동 문제와 노동 인권 문제, 대학 청소 용역 문제, 세월호 참사 8주기에 관한 글, B 교수의 성희롱 발언 문제, 6월 항쟁 문제, 5. 18 문제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이 붙어 있었다. 대학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 편 가르는 곳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내가 다닐 때는 모든 것이 자유롭지는 못했던 시절이었기에...

하지만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친구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개개인은 바쁘지만 같이, 함께 있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는 건... 시설이나 환경면에서는 옛날보다 좋아졌지만 다른 것(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기회)도 더 나아졌나? 하는 고민이 생기는 하루였다.


현재 숙대 건물 배치도(동그라미는 1980년대에 있던 건물)
본관(순헌관)
서관(명신관)
체육관이 있던 자리(지금은 헐고 지상주차장으로...)
본관 앞 분수대 주변(녹색 공간)
학생회관
정문에서 바라본 풍경
약대와 약대 앞 잔디
도서관
게시판
서점(유일하게 남은 곳?)
그 유명한 파리 제과가 스타벅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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