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등사 까막딱따구리
까막딱따구리 새끼들
머리를 내민다기에
다시 현등사로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른 새벽 6시반에...
올라가니 주차장에 차가 꽉 차
주차할 곳 간신히 찾아
군산 새만금에서 올라온 택시도 보이고
누구는 천안, 누구는 이천
대략 짐작 칠십여 분
내일은 여수에서도 오신다고...
나는 새벽 1시에 도착했다네
새벽 2시에 왔더니 자리가 여기밖에 없더라
나뭇가지 안 가리고
찍을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자리 앉기 위해
차박했다고...
머리를 내밀고 먹이 달라고
끽끽끽
네가 나와 먹으라고
끽끽끽
금방 이소할 것처럼
두발로 잡고
몸은 거의 나왔는데...
나올 듯 말 듯
나올 듯 말 듯
저녁까지 결국 한 마리도...
눈으로 본 것은 암수 두 마리
누구는 세 마리라고...
내일 첫째는 이소할 거 같다고...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먹이 공수
나 먼저 달라고...
더 달라고 가슴을 쿡쿡 찌르기도
그러면 할 수 없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입에 넣어준다
새끼들에게 저렇게 시달리니
육추 할 때 성조들은 몰골이 초췌하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먹이 주는 어미의 웃는 모습이 보인다
너무나 귀엽다는 표정이...
열 시 지나 몇 분
자리를 비우면
각이 안 나온다고 울상짓던 진사님
얼른 자리를 차지
좋은 각 나온다고 만면에 웃음...
오후 되니 자리 비어
좋은 사진 나올 듯...
하지만 이번엔 빛이 안 좋아
현등사 까막딱따구리는
나무 많고 그늘진 곳
오후 되면 벌써 해는 넘어가
어둑해서 내려오면
아래는 대낮...
차박하고 퇴근하는 분들
'좋은 사진 찍으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서로 덕담을 나누며
현등사의 하루가 저문다
* 다음 날 새벽 새끼 세 마리가 모두 이소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