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곡지에서
장맛비가 몹시 내린 다음 날
관곡지를 찾았다
언제 비가 왔나 싶게
멋진 구름이 하늘을 장식하고
햇볕은 쨍쨍
날씨는 화창
꽃봉오리에 앉았던 개개비가
활짝 핀 연꽃 속에서
울고 있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연꽃으로 환생한 것처럼
예쁘게 연꽃 속에
앉은 개개비
물이 넘쳐
앞 못 보는 아버지 빠질까 봐
걱정하는 심청이처럼
개개비가 연꽃 속에서
울고 있었다
연밥 위에서
연꽃 봉오리에서
연꽃 대를 잡고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보고
날개도 폈다가
이상한 표정도 짓다가
떨어지는 꽃잎도 입에 물고...
오늘 관곡지 개개비는
심청이 버전으로
다양한 몸짓을
보여주었다
장마가 끝난 오늘
심청가 한 편을 본 듯한
한여름 관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