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두 달 살기 31

- 갈두천 안골과수원 김장 담는 날

by 서서희

태안 두 달 살기 31

- 갈두천 안골과수원 김장 담는 날


글 서서희


안골과수원(갈두천배꽃노을체험장 대표님 댁)에서 김장을 하니 드시러 오라는 전갈이 있어 아침 일찍 김장 체험(?)을 하러 올라갔다. 김장을 하는 곳은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체험장으로 책상을 모아 그곳에서 김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앉아서 하는 김장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허리가 안 좋아 이제는 앉아서 하는 일은 잘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어서다.

몇 포기를 하시냐고 하니 어제 절인 배추가 85포기인데, 네 쪽으로 자르니 340쪽 정도? 바깥에 잘 절여진 배추가 물을 빼기 위해 사각상자에 8박스쯤 담겨 있었다.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입고 본격적으로 김장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채칼로 무를 썰고 다른 분은 미나리(청도 미나리는 밭미나리라 거머리가 없다고, 미나리를 넣어야 김장이 시원하다고 하신다)와 갓, 그리고 쪽파를 썰고 계셨다. 무를 다 썬 다음 파도 같이 썰었다.

본격적으로 고춧가루와 육수(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국물), 걸쭉한 국물(배? 양파?)도 넣고 생새우도 넣고, 함초 진액(소금 대신 함초를 쓰신다고), 매실, 또 한 가지 특이한 건 고추씨를 넣으신다는 점(매운 고추씨를 넣어 모두 매워서 혼이 났는데, 비타민 씨가 많다고 한다)이 특이했다.

나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직장생활을 했다. 어머님은 며느리를 생각해서 평일에 김장을 하셨다. 그래서 김치 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삼 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김치나 김장은 서툰 편이다. 오늘 김장을 도우면서 들어가는 재료나 하는 방법 등을 눈여겨보긴 했지만 글쎄... 두 달 살기가 끝나면 서울로 올라가 늦은 김장을 해야 하는데 잘 될지 걱정이다.

속을 버무리는 것은 남자 두 분이 적극적으로 버무려주시고, 속을 넣는 것은 여자 둘이 더 들어가 같이 넣었다. 다른 분은 밖에서 물을 뺀 배추를 옮겨주시고, 대표님은 수육용 고기를 사 오시고, 부대표님은 점심 준비와 김장을 위한 여러 가지 재료를 다른 분과 함께 준비하며 진두지휘를 해주셨다. 김장 속을 다 넣고 난 다음 남은 배추를 잘라 겉절이도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도우니 김장 85포기를 담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9시에 시작하여 12시 전에 모두 끝이 났으니...

정리를 하는 한편 식사 준비를 했다. 수육과 겉절이와 김장 배추쌈과 밥을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그동안 얼굴 대면을 못한 분들과 소소한 일상사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대표님이 싸주시는 김장배추와 겉절이 김치도 얻어 내려오면서 김장 체험(?)을 마무리했다. 이런 것이 농촌 살기의 재미가 아닐까? 힘든 김장을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

조금 일했다고 허리가 아픈 듯해서 쉬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풀어야겠다고... 오늘은 만리포 쪽에서 오다가 시목리(신덕리, 영전리라는 표지판 다음)라고 이정표가 되어 있는 곳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그곳으로 들어오면 전원주택이 있는 곳으로 통한다. 과수원 뒷길을 통해 전원주택 쪽으로 내려가면 키즈풀빌라가 나온다. 농촌 한가운데 웬 펜션인가 했는데 나름 유명한 곳인지 주말에는 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비싸긴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두세 집이 분담해서 가볼 만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노는 시설이 엄청 좋다는 말만 들었다. 그곳을 지나 걷다 보면 잘 지어진 농촌주택도 있고, 소를 키우는 목장도 있다.

지나면서 궁금했던 우렁각시탑도 보았다. 지나가는 마을분께 우렁각시탑이 뭐냐고 여쭤 봤지만 무덤 두 기가 있고 주인분이 만드셨다면서 자세한 건 모른다고 하신다.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며 만드신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했지만 알 수는 없었다.

오늘 돌아본 구간에서 때까치 한 마리와 말똥가리가 하늘을 선회하는 모습을 찍었다.

김장과 운동으로 몸은 좀 힘들었지만 하루를 뜻깊게 보냈다.


KakaoTalk_20221117_174849100_01.jpg 무를 채 썰고 각종 양념을 준비...
KakaoTalk_20221117_174849100_02.jpg 농사지은 배추를 절여 물을 빼놓아 속 넣을 준비 완료(어제 절인 배추가 85포기 정도 된다고 한다)
4.jpg 한 편에선 속을 넣고 한 편에선 배추를 나르고 또 주방에선 점심 먹을 준비가 한창...
2.jpg 수육과 겉절이와 김장 속 배추쌈과 즐거운 담소...
5.jpg 농촌마을 한가운데 있는 키즈풀빌라(엄청 비싼 펜션)
6.jpg 산책길에 만난 때까치 암컷
7.jpg 산책길에 만난 말똥가리
DSC_8613.JPG 동네 안쪽으로 목장이 있다
DSC_8618.JPG 여기도 목장
DSC_8615.JPG 주민들도 잘 모르는 무덤가에 있는 우렁각시비(이정표에는 우렁각시탑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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