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에 떠나서 가을에 내려왔다(서울둘레길 5-1 구간)
서울둘레길을 걷기로 한 날 눈 소식이 있어 갈지 말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한번 미루면 점점 꾀가 날 것 같아 일단 강행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침에 내리던 눈발이 비로 변해 오후에는 포근한 가을 날씨로 변해 걷기에 무리는 없었다.
아침에 사당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할 때는 겨울이었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기는 했지만 산속은 눈이 녹지 않은 상태라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걸었다. 서울둘레길 5-1 구간은 5.7km, 2시간 30분이라서 쉬운 구간에 속했다. 그래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걷느라 10시 반에 출발해 1시 반에 내려왔으니 늦게 도착한 셈이긴 하다.
오늘 걸은 서울둘레길 시작점은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처럼 보였다. 눈이 있는 산길. 바람이 불지는 않아 겨울을 즐길 수 있는 산행이었다. 다들 추울까 봐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와서 중간에 벗어 배낭에 넣고도 더운 걸 참느라 고생을 좀 했다.
그리고 반을 좀 지나서는 햇살도 보이고 눈도 다 녹아서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풍경은 가을이었지만 나무로 된 테크 길과 바위 계단에는 아직 얼음기가 있어 조심하다 보니 다른 때 산행보다 조금 힘이 들긴 했다.
관악산을 내려오니 낙성대가 있었다. 낙성대는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으로 강감찬 장군이 태어나는 날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고 그래서 별이 떨어진 터라는 뜻으로 낙성대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앞에 가던 두 친구가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아파트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느라 고생을 하고 낙성대에서 간신히 만났지만, 화장실 해프닝으로 또 어긋났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한쪽에선 먼저 간 줄 알고 뒤쫓아가느라 뛰어가고, 한쪽은 한참을 수다 떨며 기다리다 전화를 해서야 상황을 알고 쫓아가 만나게 되었다. 두 번이나 길이 엇갈려 고생한 친구들은 오늘 운동을 좀 심하게 한 날이 되었다.
서울대학교 쪽으로 내려와 닭칼국수의 뜨끈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아들을 위해 세 달 동안 서울에 와 있던 친구가 곧 대전으로 내려간다고 해, 친구가 내려가기 전에 한번 더 모이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오늘 서울둘레길 5-1 구간은 겨울에 떠나서 가을에 내려온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