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오는 날 만난 삵
아침에 일어나니 태안에 눈이 내렸다
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하얀 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올 것 같아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가는 도중 눈은 비로 바뀌었다
하루 종일 천수만 날씨는 이랬다 저랬다
눈이 왔다가 우박이 오고
비가 왔다가 그치고
해가 비추다 또 먹구름이 끼었다가
바람도 불고 스산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검은여 부근에 도착하니
눈이 녹지 않은 풍경이 멋있어
카메라를 꺼내는데
뒤에서 걸어오는 삵이 보였다
삵은 고양이처럼 생겼으나
고양이보다 몸집이 훨씬 크고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먹이를 찾아다니는 동물로
도시에서는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새를 찍으면서 운동을 하다 보면
여러 동물들의 발자국을 보곤 한다
고라니, 삵, 족제비, 너구리(?)라고 짐작되는 발자국들
오늘은 그 주인공인 삵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다
그동안 차가 다니는 길을 걸어가다
수로로 내려가는 삵의 뒷모습을
몇 번 보았는데
오늘은 정면으로, 그것도 눈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삵을 만나게 되었다
삵도 놀랐는지 수로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어슬렁어슬렁 사라졌다
아침 일찍 삵을 만나는 행운을 얻어서인지
낮에는 많은 수의 흑두루미(한 백여 마리) 속에서
검은목두루미도 만나고
캐나다두루미도 만났다
그리고 11월 22일 만난
밴딩 한 흑두루미도 다시 만났다
캐나다두루미는 혼자인데도 불구하고
(저리 가라고 밀치는 듯)
흑두루미를 툭툭 치기도 하고
날개를 펴 윽박지르기도 하는
성질이 괴팍한 두루미 같아 보였다
물가에서 황새를 보았다는 분이 계셔
황새를 찾으러 다니다
먹이를 찾기 위해 호버링 하는
말똥가리를 만났다
날면서 정지 자세를 유지하려면
무척 힘이 든다고 알고 있는데
오늘 말똥가리는 오랜 시간 호버링을 하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칡부엉이가 있다고 해서
오늘은 기어코 칡부엉이를 보려고
여기저기 살피느라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천수만을 떠나려는 시간이 5시 전이었는데
구름이 많아지면서 어두워지고 그 때 빛 내림이 있었다
빛 내림 사이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으로 찍어 남겨 보았는데
눈으로 본 만큼 아름답게 표현되지는 않아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