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3
2008년 독일의 한 연구팀이 까치들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을 때 많은 과학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양한 종의 새들을 포함해 수많은 동물로 거울 실험을 했지만, 그때까지는 오직 큰 뇌를 가진 대형 포유류, 즉 인간과 유인원, 범고래, 돌고래, 그리고 코끼리만이 자기 모습을 알아본다고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 실험 방법
- 포획한 까치 다섯 마리로 세 가지 실험을 했다고...
첫째, 넓게 트인 방 한쪽 벽에 단조로운 회색 판자를 비스듬히 세우고 새들을 넣은 다음, 판자를 거울로 바꿔 쳐서 까치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 앞에서 다르게 행동하는지 살폈다.
- 거울이 까치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는데 다섯 마리 모두 눈에 띄게 혼란스러워했다고...
둘째, 거울에 대한 관심을 측정하기 위해 조류 사육장 안의 서로 연결된 두 방에 까치들을 넣었다. 한쪽 방에는 거울을, 다른 쪽 방에는 판자를 세워두고 새들이 둘 중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기록했다.
- 다섯 마리 중 세 마리는 실험 시간 대부분을 거울이 있는 방에서 보냈고, 자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흥미를 보여주었으나 두 마리는 거울이 없는 공간에 앉아 있는 걸 더 선호했다고...
마지막으로 까치의 턱에 다양한 색깔로 거울을 보지 않고는 알아볼 수 없는 점을 표시했다. 까치가 거울을 응시하고 턱에 있는 점을 긁으면 기본적으로 거울에 비친 모습이 다른 새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 두 번째 실험에서 거울에 흥미를 보인 세 마리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자기들 얼굴을 긁으려고 했다. 턱을 긁다가 점을 지우거나 거울을 없앨 때만 중단했다고...
* 까치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 까치는 유럽에서 가장 흔한 종이다 보니, 민담과 미신에 자주 등장한다. 널리 퍼진 미신에 따르면 까치 두 마리는 행운을 가져오지만 홀로 있는 까치는 온갖 저주를 몰고 온다. 까치에 대한 안 좋은 평판은 뿌리가 깊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까치가 죽음을 예고하고 사탄의 피를 입에 물고 다닌다고 믿는다(까치 입 안쪽이 붉기 때문인데, 흑백의 까치 몸에서 유일하게 색이 보이는 부분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에서는 도둑 취급을 받는데 그건 필시 빛나는 것, 그중에서도 귀중품을 훔치는 이 새들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 대조적으로 아시아 문화권,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까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에서 까치는 엄청나게 인기가 높고 유익하며 좋은 소식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새이다. (우연히도 이 대조는 박쥐와 용이 서구 문화권에서는 악으로 매도되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찬탄의 대상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 까치의 흥미로운 행동
- 2009년 서울대학교 이원영이 까치 번식 성공에 관한 장기 연구를 돕다가 일어난 일이다. 현장 연구의 일환으로 직접 나무를 타고 올라가 다양한 까치집을 확인하며 측정값을 얻기 위해 알과 새끼를 건드렸는데 그 이후 까치들이 그를 쫓아다니며 공격하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까치가 인간의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 까치는 더 큰 동물, 특히 애완동물을 놀려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리 울음소리를 흉내 내 애완견 두 마리를 골탕 먹이기도 하고, 통행량이 많은 시골길에서 차들이 잠시 멈추면 날아 내려와 고양이가 도로로 나오도록 꾀여놓고, 차가 다가오면 마지막 순간에 잽싸게 날아올라 고양이들이 기겁하며 로드킬을 피하게 만들었다고...
- 도둑질도 까치가 가진 성격적 특성이라고 한다. 로시니는 1800년대 초 <도둑질하는 까치>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썼고, 반짝이는 것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을 두고 '까치 증후군'이라 말한다고...
- 야생 까치의 가장 흥미로운 행동 중 하나는 즉흥 장례를 치르는 것처럼 보이는 습성이다. 까치들은 때로 죽은 동료를 발견하면 목청껏 울어 다른 까치들을 불러 모은 뒤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소리를 죽여 명상의 시간을 갖고는 조용히 자리를 뜬다고...
* 거울테스트의 의미
- 거울테스트가 자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분적으로 그 테스트가 부정오류(실제로는 참인 것을 의도적으로 거짓이라고 판정하는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자기 몸에 표시가 보이지만 굳이 없애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많은 동물은 주로 시각 이외의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거울에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 남편과 함께 새를 찍으러 다니면서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해가 질 무렵이면 그 마을 까치들이 전선줄에 모여 앉아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마치 그날 하루 별다른 일이 없었는지 모두 모여 확인하는 듯한 장면이 어느 마을에서나 보여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저기 또 까치들이 종례를 하네"라고 말한 적도 있다. 까치가 거울을 본다는 책 속의 내용을 보면서 정말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