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2
<잣까마귀>
잣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 설악산 대청봉 일대와 지리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드물게 번식하는 텃새이다. 설악산 대청봉의 경우 6월에서 7월 초순에 30여 개체가 모여들어 익지 않은 눈잣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발 1,300m 지점까지 이동해 잣나무, 참나무류 열매도 먹는다. 비교적 경계심이 없어 사람을 겁내지 않으며 날개를 완만하게 저으며 파도 모양으로 난다.(야생조류필드가이드)
<잣까마귀의 특성)
미국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잣까마귀는 일 년 사계절 내내 높은 산에 있으며 한겨울에 둥지를 틀고 1월 말 2월 초의 사나운 눈 폭풍 속에서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잣까마귀들은 높은 곳에서 차가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 많은 양의 먹이를 저장해 준다. 여름과 겨울에는 먹이를 구하기 쉽지만 먹이를 구할 수 없는 겨울과 봄을 위해 잣까마귀는 상당한 양의 솔 씨를 저장해 놓아야 하고 이 새들은 둥지를 트는 기간 내내 온전히 저장해 둔 씨앗만으로도 살아간다고 한다.
저장할 먹이를 나르기 위해 잣까마귀들의 혀 밑에는 한 번에 100개 정도의 씨앗을 머금을 수 있는 특별한 주머니가 발달되어 있고 새들은 묵직한 부리로 솔방울을 벌리고 씨앗을 꺼내 혀 밑의 주머니가 가득 찰 때까지 모은다. 어딘가 먼 곳으로 가 숨겨두기도 하고 조금씩 나누어 수많은 작은 은닉처에 저장하기도 하는데, 한 번에 서너 개의 씨앗을 흙 속에 쿡 찔러 넣는다고 한다. 잣까마귀 한 마리는 단 한 번의 가을 동안 5000여 곳의 작은 은닉처에 솔 씨 수만 개를 나누어 저장한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배고픈 잣까마귀들은 겨우내 숨겨놓은 것을 대부분 찾아낸다고 한다.
<잣까마귀는 어떻게 먹이를 찾아낼까?>
노던애리조나 대학의 대학원생 스티븐 밴더 월은 1970년대에 새들이 숨긴 씨앗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염두에 두고 목록에서 하나씩 지워나가는 실험을 고안했다.
1) 아무 곳이나 파다가 우연히 발견한다.(탈락)
- 흙이 있는 커다란 조류 사육장에 두 마리의 새들을 풀어놓고, 어디에 먹이를 숨기는지 눈여겨보는 실험을 했다. 두 새에게 교대로 각각 150개를 숨기게 한 후, 두 새들이 숨긴 것 중 각 50개를 없앤 후 밴더 월도 씨앗 100개를 따로 숨겼다. A는 자신이 숨긴 것을 63개나 찾았지만 B나 밴더 월이 숨긴 것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B는 자신이 숨긴 것 61개와 A가 숨긴 것 3개를 찾았지만 밴더 월이 숨긴 것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새들은 무턱대고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닥치는 대로 뒤지지만 많이 숨겨둔 지역이 있다.(탈락)
3) 숨겨놓은 씨앗 냄새를 맡을 수 있다.(탈락)
- 두 새는 자신들이 숨겨놓았지만 밴더 월이 몰래 없애버린 곳도 팠기 때문에 냄새로 먹이를 찾아낸다는 세 번째 가설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지표면 어딘가에 어떤 식으로든 숨긴 곳이라는 표시를 해둔다.(탈락)
- 밴더 월은 새들이 지표면에 표시를 해두는지 조사하기 위해 두 번째 실험을 했다. 두 새들에게 씨앗을 더 숨기게 한 후 흙바닥을 갈퀴질로 매끄럽게 골라 지표면의 단서를 흩트려놓았다. 하지만 두 새 모두 갈퀴질이 된 곳과 안 된 곳 모두에서 씨앗을 찾아냈다. 지표면이 위치를 기억하는 데 방해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 마치 정신의 지도에 표시해 둔 것처럼 정확한 위치를 기억한다.
- 공간 기억을 이용해 은닉처를 찾아낸다는 가능성 테스트를 위해 두 새에게 각각 푸석한 흙 속에 많은 씨앗을 숨기도록 했고 두 마리를 내보낸 다음 일부를 몰래 조정했다. 사육장 안 지형지물의 위치를 절반은 바꾸고 절반은 그대로 두어서 지형지물이 원래대로 있는 곳에서만 먹이를 찾아내리라고 예측했다. 잣까마귀들은 지형지물에 변화가 없는 쪽에서만 먹이를 찾아냈고 그 결과 새들이 공간 기억에 의지해 위치를 기억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매년 기억해야 할 곳이 수천 군데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능력으로 새들은 가시권 안에 일시적인 은닉처를 표시한 3차원의 인식도를 그려야 하고 개별 지점의 정보를 서식지 안에 있는 이미 친숙한 지형지물에 연관시켜 두어야만 저장한 곳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방법을 통해 추상적인 지식을 유용한 수렵 지도로 바꾸는 거라고...
- 작가는 이렇게 비유하고 있다. "저녁은 난로 위에 있고, 차 열쇠는 침대 옆 탁자에 있어. 그리고 차는 파란색 가로등 옆 빈터에 주차시켜 놓았지"
- 한 대학원생이 포획한 잣까마귀와 기억력 대결을 했다. 각각 조류 사육장 안에 수십 개의 소나무 씨앗을 파묻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파묻은 것을 최대한 많이 파내는 시합을 했는데, 잣까마귀가 대학원생을 큰 차이로 이겼다고 한다. 하지만 새의 입장에서 씨앗을 숨기는 일은 사활이 걸린 문제이므로 그것은 공평한 시합이 아니었다고... 다만 뇌의 믿을 수 없는 능력에 관해 상투적인 경고를 한다.
- 과학자들은 새가 새장에 갇히면 야생에서처럼 길을 찾고 상호작용하는 정보를 기억할 필요가 줄다 보니 뇌가 오그라든다고 생각했고 뇌가 규칙적으로 도전을 받을 때 더 잘 유지된다는 것 또한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 결론 : "머리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