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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가 봐야지 하던 곳인데...

- 짚풀생활사박물관을 다녀오다

by 서서희

한 번은 가 봐야지 하던 곳인데...

- 짚풀생활사박물관을 다녀오다


사진, 글 서서희


우연히 <짚처럼 풀처럼>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5월의 주먹밥>을 쓴 정란희 선생님 책을 찾다가 읽게 된 책이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을 만든 인병선 님 이야기였고, 그분이 시인 신동엽 님의 부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은 아이들 어려서 박물관을 돌아다닐 때 들었던 곳으로 어떤 박물관일까 궁금했는데, 비 오는 날 책을 읽다 갑자기 가게 되었다. 박물관 측에서도 오늘은 비가 와서 관람객이 없을 줄 알았다며 쏟아지는 비를 뚫고 방문한 것을 보고 놀라워하셨다.

무언가에 꽂힌다는 게 참 놀랍다. 나도 오늘은 짚풀에 꽂혔고 인병선 님도...

어느 날 인병선 님은 충청북도 단양에 있는 베틀재에 갔다가 새 볏짚으로 이엉을 얹은 단정하고 아담한 초가지붕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는데, 그 마을에서 짚으로 무엇을 엮고 계시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남으로써 짚에 꽂히게 되셨다고 한다.

그 이후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아직 짚으로 물건을 만들고 있는 시골 어르신들을 만나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하고 물건도 얻고, 또 직접 배우고 하면서 이런 박물관을 열기까지 했다니 참 대단하시다. 짚은 습기에 약해 보관도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박물관에는 짚이나 풀로 만든 물건들도 전시해 놓았지만 짚을 엮는 방법을 견본으로 보여줌으로써 설명해 놓았다.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한번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유럽이나 아이누족이 짚을 엮는 방법과도 비교해 놓았다. 아이들을 위한 짚 만들기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벼를 수확하고 난 가을에 농촌에 가면 볏짚을 둥글게 말아놓은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소를 키우는 목장에서 주로 가져가는 걸로 아는데 사실은 그렇게 함으로써 새들이 먹을 먹이가 없어진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볏짚이 옛날에는 이렇게 훌륭한 물건(남은 것을 활용하고 환경에 무해한 물건)을 만드는 데 쓰였는데, 지금은 쓸 곳이 없어 논 한가운데 버려져 있는 것 같다. 플라스틱만이 능사가 아닌데 편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짚풀문화라는 정신적인 유산도 잊고 환경도 파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알았더라면 체험프로그램을 데리고 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32496629820.20221019152722 (1).jpg 우리 인물 이야기 17 지푸라기 할머니 인병선
5.jpg 망태기를 엮는 여러 가지 방법
13.jpg 다양하게 엮은 멍석(?)
1.jpg 볏짚으로 만든 황소(무형문화재 임채지 선생님의 작품)
2.jpg 볏짚으로 만든 강아지집(요즘 애견문화와 비교되었다)
3.jpg 일할 때 깔고 앉는 방석(요즘 밭에서 쓰는 플라스틱 의자와 비슷)
4.jpg 똬리(머리에 물건을 얹을 때 쓰던 물건, 옛날에는 많이 썼는데...)
6.jpg 짚신의 종류(왼쪽 아래 신은 머리카락으로 만든 짚신이다)
7.jpg 설피, 가죽신, 나막신, 둥구미신(겨울신발)
8.jpg 의료용 방석(상처를 꿰맬 때 쓰는 방석, 의학 드라마에 나오는 것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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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jpg 짚신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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