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란희 작가는 그동안 4.3 사건을 다룬 <무명천 할머니>와 위안부 사건을 다룬 <나비가 된 소녀> 등 많은 동화를 쓰신 분이다. 지난해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오월의 주먹밥>이 뽑히기도 했다.
8월 15일 광복절에 <사할린 아리랑>이 '한울림 어린이'에서 나왔는데, <사할린 아리랑>에 그림을 그려주신 양상용 님의 그림책 원화전이 있다고 하여 인사동 나무아트 갤러리에 다녀왔다. 양상용 님은 정란희 작가님의 <무명천 할머니>를 그려주신 분이다.
아픈 역사를 동화로 그려내시는 정란희 작가님과 역사적인 사건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신 양상용 화백님의 노력으로 <사할린 아리랑>이라는 또 하나의 좋은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나무 아트는 안국역 6번 출구 가까운 건물 4층에 자리하고 있다.
전시회에 올라가니 <사할린 아리랑> 원화가 전시되어 있는데, 사할린을 배경으로 한 그림 한 장을 그리기 위해 참고한 책 여러 권이 놓여 있었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하셨다는 증거이리라. 얼마 전 인사동에서 사진전시회를 열었던 사할린 2세 이예식 씨가 와서 '사할린에 다녀왔느냐'라고 물었다면서 '다녀오지 않았다'는 말에 '다녀오지 않고는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만큼 글과 어울리는 원화 한 장을 그리기 위해 애쓰셨다는 의미이리라.
어떤 재료로 그리시느냐고 여쭸더니 연필과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색깔은 수채화 물감으로 그리는데, 수채화 물감도 나라에 따라 색이 주는 감성이 다르다면서 좀 어두운 한국적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유럽에서 만든 수채화 물감이 더 맞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다음에도 더 좋은 그림을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전시장을 나왔다.
나오면서 다른 분께 들은 얘기는 박재동 화백님이 sns를 통해 양상용 님의 <무명천 할머니> 표지만큼 '절절하게 아프면서도 가느다란 봄볕 같은 정감까지는 잃지 않는 그림'을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하셨다고 한다.
「양상용 그림책 원화전」은 원래 25일까지였으나 27일까지 인사동 나무 아트 갤러리에서 연장하여 진행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강제징용자들의 아픈 이야기 <사할린 아리랑>에도 관심 부탁드린다. '아픈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쓰는 내내 같이 아플 수밖에 없다'는 정란희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