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색바람까마귀
지난해 말에 남편이 회색바람까마귀를 보러 갔었다
당연히 만날 거라고 믿고 갔지만
추운 날씨에 덜덜 떨다가 못 보고 왔다고 했다
없는 줄 알았던 회색바람까마귀 사진이 다시 올라오니
남편은 혼자라도 보러 가고 싶어 했다
나는 비행기 마일리지를 이용해 같이 가자고 따라나섰다
아침에 일어나서 멀쩡하던 남편이
공항으로 가면서 소화가 안 되는지 계속 안 좋아 보였다
비행기에 타서는 너무 아파하니까
승무원들이 와서 혈압도 재보고 소화제도 주고
제주에 앰뷸런스를 대기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우리보다 더 걱정을 했다
남편은 그 정도는 아니라며 괜찮다고 했다
둘이 같이 나가면 나한테 운전을 맡기지 않는 남편이
많이 안 좋은지 운전을 나한테 맡기고 의자를 눕혀 쉬었다
굽이굽이 도는 5.16 산간도로를 나는 조심조심 운전해 목적지로 갔다
선덕사에 도착하니 회색바람까마귀가 보이지 않았다
선덕사 아래 계곡도 가 보고 선덕사 위쪽도 가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카메라를 든 현지인을 만났는데 회색바람까마귀를 30분 전에 봤다고 한다
새를 만났다는 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회색바람까마귀가 나타났다
몇 장 잘 찍고 있는데 난데없이 새매가 나타나
회색바람까마귀가 꽥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또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새매가 여러 번 하늘을 돌고 말똥가리도 나타나니
금방은 나타날 것 같지 않았다
남편이 아침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계속 가슴이 아프다고 하여
빠른 비행기로 옮겨서라도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비행장에 도착해 보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7시 30분까지 만석이라고 해서 우리는 대기표를 받았다
결국 3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빈 좌석이 생긴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공항 좌석에 앉아 쉬던 남편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해
김포에 돌아와서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오늘 참석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줌수업을
일부는 소리로만 참여하고 일부는 집에 와서 제대로 참여했다는 점이 그나마...
당일 여행이 이렇게 버라이어티 할 수가 없었다
나만 몸이 안 좋아지는 줄 알았는데 남편까지...
이제는 무리하지 말고 몸이 하는 말도 들을 줄 아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새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올해 우리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