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겨울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삼 년 전부터 겨울에만 베란다에 새 먹이통을 놓고 있다
아파트 9층 창문 밖 베란다에 먹이 그릇을 묶어 놓았다
새들이 9층까지 올까 의심스러웠는데
박새도 오고 직박구리도 오곤 했다
처음에는 물과 땅콩, 들깨 등을 놓았는데
물은 거들떠보지 않아 치웠다
작년 겨울에는 냉동에 넣어두었던 홍시를 놓았더니
새들이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았다
주로 직박구리가 먹었지만...
작은 새들은 다른 새들이 없을 때
재빨리 와서 먹이를 먹고 달아나는데
직박구리는 한 마리가 먹고 있으면
다른 직박구리가 기다리고 있다가 먹곤 했다
다른 새들에게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 어느 해 가을 개심사에서 익은 감을 먹는 동박새에게서 보긴 했다)
올해는 겨울 초에 땅콩을 놓았다
작은 새들 먹으라고 놓았는데
까치도 오고 직박구리도 와서 먹으니까
도리어 작은 새들이 못 오는 것 같아
땅콩을 치우고 들깨만 놓았다
들깨는 알이 작아서 큰 새들은 먹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큰 새들이 와서 먹고 갔다
그래서 걱정을 했는데 큰 새들이 없는 틈을 타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들이 다녀갔다
눈이 온 오늘 환기를 시키느라
베란다 문을 열어놓았고 그 기회에
먹이를 먹고 가는 새들을 남편이 찍고 있었다
그러다 남편이 "와~!!" 하고 소리치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동박새가 다녀갔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여준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곳이라
새들이 살 만한 나무가 많지 않다
산이라야 아파트 밖, 직선거리 1km 이상 먼 곳에
모락산이 있고 거기에 나무가 좀 많이 있다
그렇다면 그 먼 모락산에 동박새가 있다는 의미이고
그곳에서 동박새가 먹이를 먹으러 우리집까지 온다는 말이 된다
동박새는 동백나무 꿀을 좋아하는 텃새이다
겨울에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볼 수 있고
육지에선 꽃피는 봄이 되어야 볼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한 겨울 중부 지역에서 동박새를 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온난화 현상으로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많이 상승되어
몇 년 동안 그동안 보지 못하던 새들을 볼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올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었는데도
주변(경기도 의왕 지역)에 동박새가 살고 있었다니...
이게 기뻐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니까...
또 생태계를 위해서 버드피딩은 옳지 않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추운 겨울, 오늘같이 눈까지 온 날
얼마나 먹을 게 없으면 아파트 9층까지 새들이 찾아올까?
새들은 욕심부리지 않고 먹을 걸 나눠 먹는다
까치가 왔다 가면 직박구리가 오고
직박구리가 가면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가 온다
먹이통에 들깨가 없어 문을 열고 들깨를 부어 놓으면
어디서 보고 있었는지 새가 날아와 신나게 먹는다
여하간...
오늘 아침에는 아파트 베란다에 들깨를 먹으러 온 동박새를 보았다
근래에 볼 수 없었던 신기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