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22
12. 두려움을 넘어서는 호기심
- 알에서 나와 죽음을 맞을 때까지 새들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동물, 특히 새들에게 호기심은 고도의 적응 전략이자 생존 수단이다.
- 꼬까울새는 숲에 살면서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포유류를 따라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흙을 파헤치는 걸 지켜보다가 벌레라도 나오면 잽싸게 잡아먹는다. 꼬까울새는 숲 가장자리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데 정원사가 갈퀴질을 하다 지렁이를 파내기라도 하면 꼬까울새는 그 지렁이를 맛있게 먹는다.
- 꼬까울새는 호기심 덕분에 먹이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할 수 있었다. 겨울철에는 아무래도 황량한 숲보다 도시 정원에서 지내는 편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 호기심은 결코 ‘쓸데없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때로는 커다란 이로움을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우리도 호기심 덕분에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고, 달에 발을 내디뎠으며, 질병의 치료법을 찾아냈다. 인류의 모든 발전과 진보의 중심에는 언제나 호기심이 있었다.
13. 여행을 통해 찾고자 하는 것
- 북극제비갈매기는 여행자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북극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한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면 번식지를 떠나 남극과 아남극(남극 북쪽)을 유랑하며 겨울을 보낸다.
- 이 새는 왜 그렇게 멀리 여행을 떠나는 걸까? 이 여행의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플랑크톤이 풍부한 곳, 먹이를 얻기 쉬운 해역을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 인간이든 새든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한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는 유형도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세상 곳곳을 여행한 아이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많이 보고 경험할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우리가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14. 서열과 권력, 만족의 상관관계
- 피레네 산맥의 한 목초지에 암소 한 마리가 죽어 있다. 까마귀 두세 마리가 사체의 내장을 쪼아 먹다 독수리가 나타나면 자리를 비킨다. 독수리가 먹고 있는 중에 여우가 나타나면 독수리들도 자리를 비킨다. 가장 힘센 동물이 배를 채우고 나면, 그제야 ‘그보다 약한 동물’에게,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가장 힘없는 동물’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 하지만 '가장 힘없는 동물'인 까마귀들은 이 연회의 잔반 처리자인 셈이지만, 급하게 먹어치워야 하는 ‘강자’들에 비해 제법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만하면 기다린 보람이 있지 않은가?
- 물가를 거닐며 먹이를 찾는 목도리도요는 타고난 싸움꾼이다. 적어도 수컷들은 그렇다. 화려한 깃털을 갖춘 수컷 목도리도요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싸움을 벌인다. 이때 암컷들 곁에 있는 것은 가장 힘센 ‘알파 수컷’에게 밀린 ‘베타 수컷’이다. 알파 수컷들이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베타 수컷'들은 암컷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짝짓기를 시도한다.
→ 권력을 손에 쥔다고 해서 정말로 무언가를 지배할 수 있을까? 사실 진짜 권력은 한발 물러나 뒤에서 조용히 판을 움직이는 이들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서열은 일종의 게임이다.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오래도록 갈망해 온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 목표를 이루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을 잃고 만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작은 것들을 놓치게 되고 삶의 소박한 행복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15.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
- 프랑스 북서부 모르비앙, 거센 바람이 불면 항구의 갈매기들은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빙글빙글 돌고 미끄러지듯 활공하다가 갑자기 하늘로 솟구친다. 특별한 목적이 없이 그저 서로 어울려 노는 것만 같아 보인다. 갈매기들에게 행복이란 이렇게 바람에 몸을 맡기고 비행하는 것인 모양이다.
- 작은 웅덩이에서 찌르레기 수십 마리가 서로 뒤섞여 날개를 퍼덕이며 목욕을 즐긴다. 찌르레기들에게 행복이란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목욕하는 것인 모양이다.
- 새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배불리 먹고 포식자의 위협 없이 안전하게 사는 것, 고통이 없는 상태? 그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 개똥지빠귀들은 절제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가을이 되면 잘 익은 열매를 잔뜩 먹고는 고주망태가 된다. 발효주나 다름없는 열매를 정신없이 먹고 만취한 채 갈지자로 하늘을 나는 모습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 새들은 쾌락주의자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즐거운 삶을 추구한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맛있는 먹이를 마음껏 즐긴다. 새들은 고민하지 않고 그저 행복을 느낄 뿐이다.
→ 쓸데없는 걱정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 행복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16.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겸손함이 곧 지능
- 지적 능력은 정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지성에서 중요한 것은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새들의 지능은 어떻게 드러날까? 새들은 멍청하지 않다.
-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작은 벌새는 꽃에서 꿀을 모으는 것보다 모이통에 담긴 설탕물을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챈다. 어치는 선견지명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씨앗과 열매를 잔뜩 모아 이곳저곳에 숨겨 겨울철 먹이가 부족할 때를 대비한다.
- 일부 큰까마귀는 닿기 어려운 곳에 있는 먹이를 얻기 위해 침팬지처럼 나뭇가지나 얇은 막대를 도구로 사용한다. 실험실에서는 갈까마귀가 먹이를 더 쉽게 꺼내기 위해 작은 철사를 구부려 사용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도시에 사는 일부 갈까마귀들은 단단한 견과류 껍질을 까기 위해 빨간불이 켜졌을 때 견과류를 떨어뜨리고 파란불이 켜져 자동차가 달려 견과류를 밟고 지나가면 다시 빨간불에 으깨진 견과류를 재빨리 먹고 달아난다.
- 까치의 이마에 붉은 점을 찍고 거울을 보여주니 까치는 그 점을 지우려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 새들은 길을 잃지 않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포식자를 재빨리 감지할 수 있으며, 울창한 숲에서 먹이를 찾아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새들이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무려 2,600년 전, 현자 이솝은 깊은 항아리에 담긴 물을 마시기 위해 돌멩이를 하나씩 떨어뜨려 수위를 높인 까마귀 이야기를 전했다.
→ 진정한 지능은 나와 다른 존재를 존중하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겸손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