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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깊은 위로, 귀 기울임

by 송승호


말보다 깊은 위로, 귀 기울임
말에는 마음의 무게가 실려 있다면,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 역시 마음의 깊이가 필요하다.
나는 점점 더 느낀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네는 일만큼이나,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이 어렵고도 소중하다는 걸.

살다 보면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들이 있다.
어설픈 위로나 조언보다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고마운 날,
내 마음도 그랬다.
그저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리고, 울컥하게 되었다.

우리는 자주 말을 앞세운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생각을 덧붙이고,
말 틈에 판단과 해석을 끼워 넣는다.
그러다 진짜 이야기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귀 기울인다는 건
판단하지 않고, 맞서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의 말이 끝날 때까지 함께 머무는 것이다.

요즘 나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내 말부터 꺼내고 싶은 충동을 누른다.
무엇을 말해야 위로가 될까를 고민하기보다,
그저 조용히 들어주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게 듣는 연습을 하다 보면
상대의 말보다 그 말에 담긴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어쩌면 진짜 위로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멈추는 데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고요한 귀 기울임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순간이 있다.
그건 ‘말’이 아닌 ‘존재’로 하는 위로다.

말의 온기를 배우는 만큼,
나는 듣는 이의 따뜻함도 함께 배우고 싶다


말없이 전해도,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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