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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승 Mar 29. 2023

7살 3살 자녀 동시육아

둘째가 집으로 돌아왔다

3살 막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껌딱지 역할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내 앞에 매달리고, 화장실에 일을 보고 있어도 찾아와서 안아 달라고 하기 일쑤이다. 잠시 내 시간을 갖는 것이 사치가 맞구나 싶을 정도의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거기엔 어느새 내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첫째도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아빠 껌딱지라는 것이다.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던 첫째의 불안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둘째의 적응만을 고려하고 있던 나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당황한다. 결국 완전히 절단나 버려 수술 후에 회복하느라 아직도 절뚝거리고 있는 다리를 외면한 채, 두 아이를 양쪽 어깨에 앉고 둥가둥가를 시연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할머니 댁에 가 있느라 주말에만 얼굴을 봤었던 둘째 얼굴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아들이 여기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얽히며 시간을 부대끼는 과정을 거치면 그만큼 우리의 정을 더욱 깊어지고 우리의 추억의 농도의 더욱 짙어지는 것이겠지?


결혼도 그렇지만 육아는 특히 나 자신을 불태우는 일이다.. 희생을 해야 하고, 참아야 하는 일이 계속된다. 그 연료는 사랑이 되어야만 한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만이 아닌, 나를 사랑하고, 또한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육아와 집안일은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연료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거기에 사랑이 없으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정상적인 연료인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수고가 연료가 되어 버리고, 우리의 힘이 연료가 되어 버리고, 우리의 시간자체가 연료가 되어 버리면.. 그 후엔..

 

불완전 연소로 인한, 그을음이 나온다. 미움이라는 그을음, 원망과 억울함이라는 그을음이 매캐한 냄새를 가지고 우리의 영혼을 자극해 버린다.


그러므로 육아와 집안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 사랑의 연료를 채워주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 명심할 것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배우자를 사랑하고, 배우자를 위한 시간을 갖고,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랑의 물을 충분히 공급해 주지 않으면, 가뭄에 시달려 쩍쩍 갈라지는 강바닥 마냥 우리의 영혼도 갈라지게 될지는 모른다.


오늘도 두 아이를 챙겨서 밥을 먹이고, 준비물을 챙기고, 너저분한 식탁을 치우고, 폭풍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해서 내 몸은 앉아 있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 내 영혼은 행방은 찾지 못하고 있다. 내 영혼이 다시 돌아오면 말해주리라.

 

고생했다고, 사랑한다. 잘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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