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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승 Apr 29. 2023

7살 3살 자녀 동시육아 (2부)

노로바이러스와의 전쟁 후 남은 것

둘째는 1주일이 지나서야 노로바이러스 라는 것을 알아냈다. 대변 검사 등 여러 가지, 그렇게 1주일간의 개고생(?) 끝에 겨우 알아낸 것이다. 아이도 부모도 너무 힘들었다. 일도 당연히 집중 못하고, 계속 일을 중단하고, 동탄에 있는 소아전문병원을 내 집처럼 들락거렸다. 대변 검사 결과는 왜 이리 늦게 나오는지...


요로감염.. 독감.. 노로바이러스 등을 의심했는데, 역시 노로바이러스였다.

아이가 밤새 분수토를 3~4회를 하고, 헛구역질을 하고, 당연히 그러다 보니, 잠도 못 자고, 이어지는 탈수 증상.

이러다 아이가 죽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마음이 앓았다. 아이도 부모도..


2주가 넘게 고생해서야 지긋지긋한 노로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종식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찾아온 중이염...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6.25 가 터진 마음이 이러할까?

중이염과의 전쟁이 다시 2주 차.. 절대 누워서 분유를 먹이면 안 된다고 했다. 첫째 육아를 하면서 숙지했던 정보들은 어느덧 모두 사라져 리셋이 되어 있었다. 새로 육아를 시작하는 기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이 기억하고 있는 육아의 본능들..)


이래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구나.. 공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젊은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44세의 중년인인 나도 육아는 너무나 힘들다.

이것은 아이가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아이가 예쁜 건 세상 그 무엇보다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힘든 건 또 그렇게 힘들 수 없다.


일단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줘야 하는데, 일하고 있는 상황이 모든 게 중지된다.

그리고 밤을 잠을 거의 못 잔다. 지난 한 달간 3~4시간 이상을 마음 놓고 잔 적이 드물다.

아이가  아프니, 수시로 울면서 깬다. 정신과 체력이 온전할 수 없다. 마음의 면역력이 덩달아 떨어질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막내가 동탄 할머니 집에서 올라오자, 첫째와의 아빠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제는 집에 들어와서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붙어있기를 원해서, 아이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느라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왜 아빠 하고만 있으려고 하는지...

결국 끝내 배고픔을 참지 못한 나는 둘째를 아내한테 맡기고, 밥을 5분 만에 목구멍으로 쑤셔 넣는다.

그 5분이 50분 같다. 둘째가 울어재끼는 울음소리가 마치 나라 잃은 설움을 쏟아내는 것처럼 터져 나온다.

그 설움이 집안 곳곳을 가득 매운다.


밥만이 문제가 아니다.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같이 변기에 앉는다.

잠도 편히 못 자고, 밥도 맘 편히 못 먹고, 화장실도 맘 편히 못 간다.


군대보다 모든 상황이 열악하다.

군대는 거의 매일 불침번을 1시간 정도 설 지언정, 그 나머지 시간에는 숙면을 취한다. 선임들이 눈치를 줄지언정, 그래도 온전히 밥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는다.


두 아이 모두 소외시키기 싫어서, 두 아이를 함께 안아주다 보니,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났다...

허리보호대를 사서 차고 다닌다..

지난해 6월 완전히 절단되어, 회복 중인 왼쪽 발목도 아직 다 회복하지 못했는데, 허리까지 문제가 생기다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잊고 있었던 첫째 육아 당시 영영 이별한 줄 알았던 육아우울증의 기운이 쑥 고개를 디밀고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대처를 해나가야 할지.. 다른 브런치의 글들을 훑어봐야겠다.



* 아, 쓰다 보니, 육아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쓴 것 같아서, 아래 내용을 덧붙이고 싶다.


[육아를 하면서 좋은 점]

1. 부모의 마음을 깨닫는다.

2. 사랑의 면역력을 키운다.

사랑이 없으면 육아를 할 수가 없다. 앞으로 남은 인생의 시간을 위해

사랑의 면역력과 크기를 더 키우는 훈련의 시간.

3. 너무나 귀여운 아이들. 아이들의 미소를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육아하시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합니다.

세상에 육아보다 힘든 일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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