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약 30여 년 닌텐도 게임을 해왔습니다. 꽤 긴 세월 동안 닌텐도라는 게임 회사를 지켜봐 왔고 지금부터 그로 인해 느끼게 된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닌텐도 하면 여러분은 뭐가 떠오르세요? 마리오, 젤다, 커비, 동물의 숲, 닌텐도 스위치... 여러 가지가 있으시겠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닌텐도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닌텐도에게 배울 점 첫 번째 : 선제적 자기 혁신
닌텐도에게 첫 번째 배울 점은 남이 혁신하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자기 혁신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몇 년 전 출시돼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수십 년 된 IP 젤다의 전설 게임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파워 업그레이드한 것이었습니다.
젤다 IP는 워낙 인기 있고 팬도 많아서 과거 작품을 리메이크해도 잘 팔렸을 것이지만, 닌텐도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이 만들어온 젤다 히스토리의 새 역사를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로 쓴 것입니다. 올해 10월 20일, 11년 만에 출시된 마리오 브라더스 신작 <마리오 브라더스 원더>의 경우도 기존의 마리오 브라더스에 다양한 자사 IP 게임들의 요소를 더해 혁신을 이룬 플랫포머 마리오 게임으로 탄생시켰습니다. 그런 혁신 역시 남이 시켜서 한 게 아닙니다.
적당히 신작을 내놓아도 잘 팔릴 IP 파워를 지녔지만 자신들이 쌓아온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누가 지적하기 전에 새롭게 선제적으로 자사 IP 게임의 폼을 변화시켰다는 건 보통의 용기와 준비성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든 일입니다.
닌텐도에게 배울 점 두 번째 : 피드백 반영
닌텐도에게 두 번째 배울 점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기만 하지 않고 신상품에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게임계에서 매년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들의 경우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형식적으로 받는 편일 때가 적지 않지만, 닌텐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요구나 불만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게임 제작이나 운영 방식에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스플래툰3>라는 게임의 경우 전작인 2편에서 배틀 매칭을 대기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심심했다는 피드백이 있었고, 그에 대응해 무기 연습을 하며 매칭을 대기할 수 있게 바꿨습니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경우에는 전작에서 클라이밍을 지겨워하는 목소리를 받아들여 트레루프라는 링크의 능력을 추가해 더 빠르고 쉽게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했죠. <마리오 오디세이>의 경우도 게임 자체가 피드백의 반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횡스크롤 플랫포머 마리오에 식상하거나 재미를 못 느낀다는 반응을 고려해 어드벤처 형식의 보다 자유로운 마리오 게임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닌텐도에게 배울 점 세 번째 : 진정한 즐거움
닌텐도에게 세 번째 배울 점은 그들의 즐거움에 대한 진심입니다.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최근의 게임들은 잔인하고 화려하거나 아주 단순하거나 감각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데에 집중돼 있죠. 그런 와중에 게임이란 것의 정의인 즐거움이라는 의미는 뒷전이 될 때가 있곤 합니다. 닌텐도는 어떨까요.
닌텐도의 IP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마리오'. 마리오 게임들이 새로 출시될 때마다 혹자는 언제 적 마리오냐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왜 이렇게 오래된 IP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는지 알 수 있죠. 매번 플레이어들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주는 마리오 게임 내의 창의적인 요소들. 그런 기발한 요소들이 게임 플레이 중에 발견될 때 사람들은 절로 웃음을 지으며 즐거운 기분에 빠지게 됩니다.
닌텐도의 철학은 그것입니다. 사람들을 좀 더 즐겁게 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 인류가 오래전부터 느껴온 즐거움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게임을 만드는 것. 그것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게임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죠. 닌텐도의 진정한 즐거움 추구는 자사의 IP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100만 개를 팔아치운 <천수의 사쿠나 히메>라는 인디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은 원래 닌텐도 스위치로 나올 계획이 없었죠. 하지만 이 게임의 진가를 알아본 닌텐도 측이 이 게임을 스위치로도 출시되게끔 했죠. 외부인의 아이디어가 즐거움을 준다면 게임으로 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마더2>의 사례 등도 닌텐도가 자신들의 즐거움에 대한 철학을 위해선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