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현역 기종인 닌텐도 스위치에게 '이었다'라는 과거형 표현을 붙이는 게 조금 서글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내년 중에 닌텐도는 스위치의 후속기종에 대한 오피셜을 공개할 것이고, 그전에 지난 6년여간 우리를 즐겁게 해 줬던 닌텐도 스위치를 돌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다른 분들은 스위치를 언제 구입하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2018년 11월에 스위치를 구입했습니다. 그날이 빼빼로 데이였어서 정확히 기억합니다. 제가 닌텐도 스위치로 했던 첫 게임은 바이오 하자드 외전 같은 것이었고요. 벌써 5년 전인데 아직도 스위치를 사들고 집에 오던 날이 어제처럼 생생해요.
국제전자센터의 한 게임 숍에서 스위치를 사 오던 저의 모습은 수십 년 전 용산의 한 게임 숍에서 슈퍼패미컴 신작 게임을 사 오던, 지금보다 많이 어렸던 저의 모습을 닮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무의식 속에서 직감했던 것 같아요. 나에게 닌텐도 스위치는 제2의 슈퍼패미컴 이겠구나,라는 것을.
그러니 여기서 슈퍼패미컴 얘길 안 할 수가 없겠습니다. 슈퍼패미컴의 영문 이름이 슈퍼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닌텐도라는 엔터테인먼트를 인류 역사에서 두 번째로 실현시켰던 게임기(첫 번째는 패미컴). 제가 쓰고 있는 이 시리즈의 제목을 유발시킨 레전드 콘솔 게임기, 슈퍼패미컴.
슈퍼패미컴의 우리나라 이름은 슈퍼 컴보이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현대전자에서 붙인 이름이었죠. 슈퍼패미컴(이라고 할게요. 그게 더 익숙해서)은 게임팩을 꽂고 빼는 식이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어른 손바닥만 한 16비트 게임팩을 슈퍼패미컴에 꽂고 '뚝' 하는 소릴 내며 회색빛의 전원 스위치를 작동할 때 그 설레던 기분입니다. 내 눈앞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두근거렸던 소년의 마음. 알록달록 색색깔의 컨트롤러를 쥐고 L과 R버튼을 누를 때의 부드러운 느낌.
그랬던 슈퍼패미컴은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닌텐도 스위치가 되었습니다. 스위치에서도 게임팩을 꽂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팩이 아니라 칩이라 불릴 정도로 크기는 작아졌지만요. 팩을 꽂고 전원 스위치를 켤 필요 없이 전원이 켜진 채로 칩을 꽂으면 액정 화면에 게임이 나타나고, A버튼을 누르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게임이 실행 됐습니다. 그리고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두근거리는 마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L과 R버튼은 자라서 ZL과 ZR버튼이 되었고 어느새 저도 자라 있었지만.
5년 정도 닌텐도 스위치를 가지고 놀며 명작 게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건 슈퍼패미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용돈을 아끼고 아껴 모아 <파이널 판타지6> 발매일에 용산에 갔었습니다. 12만 원이 넘는 일본 직수입 게임팩을 손에 넣었을 때 제가 있던 그 공간엔 행복이 가득했어요.
스위치에선 <젤다 야숨2>가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숍이 e숍으로 바뀌었고 게임팩이 들어있는 종이곽을 잡는 대신 스위치 게임기를 잡고 발매일 0시에 A버튼을 눌렀지요. 코로나에 걸려 있었는데도 그 공간엔 역시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 200시간, <젤다 야숨> 1,2편 합쳐서 700시간, <드래곤 퀘스트 11S> 100시간 등 서너 개의 명작들로만 게임 플레이 1000시간을 넘겼습니다. 수십 년 전 슈퍼패미컴으로 명작 RPG <드래곤 퀘스트5>를 즐겼었는데 그로부터 수십 년 후 그 시리즈의 11번째 넘버링 작품을 즐겼던 것이죠. 슈퍼패미컴으로도 닌텐도 스위치로도 같은 계보의 게임들이 모습은 달리 해도 스피릿을 같이 하며 출시되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가 제2의 슈퍼패미컴처럼 여겨질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외형적으로나 내놓은 게임들로나 기능적으로나 닌텐도 게임기의 레전드급으로 남을 명품들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동시대 진짜 아이들에게 또는 저같이 나이 든 가짜(?) 아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죠.
새로 나온 게임을 사고 다 한 뒤에 팔고, 다른 게임으로 바꾸고 하는 과정들은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고요. 닌텐도 스위치와 슈퍼패미컴은 둘 다 그 시대의 대중문화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스위치 후속기종을 만들고 있을 닌텐도 사람들에게도 서로 닮은 자사의 두 게임기는 잊지 못할 아이템들이 될 것입니다.
본래 계획으로 Stage 4는 닌텐도 스위치 후속기종 얘길 해보려 했었습니다. 후속기종의 이름은 슈퍼 닌텐도 스위치2 어드밴스 정도려나, 하는 너스레를 떨면서요. 근데 워낙 스위치 후속기종에 대한 인터넷상의 루머들도 넘쳐나고 솔직히 언제 어떤 녀석이 출시될지 닌텐도가 아니면 모르잖습니까.
스위치 후속기종이 언제 어떻게 나오든 중요한 건 우리 모두는 사거나 사고 싶을 거란 사실입니다. 닌텐도의 강점 중에 하나가 마케팅적 디자인 능력이죠. 게임 안팎에서 보여줘 왔던 닌텐도 디자이너들의 탁월한 디테일함과 미적 감각이 스위치 후속기종을 갖고 싶은 새로운 장난감으로 만들게 뻔합니다.
그리고 그 장난감은 시간이 흘러 우리에게 또다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추억은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아닐까요. 그래서 닌텐도는 추억이고 엔터테인먼트인 것입니다. 추억처럼 오래 이어져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