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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훈 May 02. 2024

4화 : 다음날 새벽에 고양이가



 부스럭 부스럭.


 무슨 소리지?


 여행 온 셋째 날 새벽. 어제까지 도쿄의 이곳저곳을 많이도 걸었던 터라 가족들은 전부 곯아떨어져 있을텐데. 트윈 베드룸의 창가 쪽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나는 뭔가 소리가 들려서 깼다. 옆 침대를 보니 형은 곤히 자고 있다.


 ‘뭔가 살아있는 게 움직이는 소리였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미각, 후각, 청각이 남달랐다. 엄마는 주방에서 항상 내게 간을 보게 하셨고, 다른 사람들이 맡지 못하는 실내의 다양한 냄새들을 나는 맡았다. 그리고 잠귀도 밝았었다.


 “야옹.”

 “으응? 고양이 잖아?!“


 화장실로 가는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비닐봉지 위에 흰색털의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어두운데도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또렷했다. 불을 켜놓은 듯이. 나는 살며시 다가가 녀석을 잡아 올렸다.


 “뭐니 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녀석은 당연히 말이 없었다. 나는 형이 깰까봐 녀석을 데리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밝은 곳에서 보니 하얀 털이 지저분하게 더럽혀져 있어 꾀죄죄했다.


 ‘집을 탈출했나? 그런데 어떻게 호텔방 안에.’


 언제 들어온걸까. 아니, 아마도 우리가 오기 전에 진작부터 이 방 어딘가에 숨어 있었을 거다. 호텔 직원에게 알려야 하나. 그러면 직원은 이 녀석을 어떻게 할까.


 “야-옹.”

 “음..”


 오늘부터 3일 남은 일정인데, 이 녀석을 방에 둬봤자 결국 헤어지게 되지 않나. 너무 정을 주면 안될것 같다. 그러고선 화장실을 나가려다 무심코 녀석을 다시 보았다. 다크 서클이 퀭하니 내려와 있었다. 거울을 보니 내 눈 밑에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아침.”

 “안녕히 주무셨어요?”


 옆방팀의 엄마가 제일 빨리 호텔 식당에 와 계셨다.


 “누나는요?”

 “커피 받으러 갔지.”


 빠르네. 역시 누나도 부지런하구나. 식당 안은 막 조식 타임이 시작돼서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엄마가 커피를 너무 좋아하신다. 그걸 알고 누나가 서비스를 하는 모양이었다.


 “니 형은?”

 “샤워 하고 내려온대요.”

 “샤워를 자기 전에 하지, 왜 아침 먹기 전에 해.”

 “자기 전에도 했어요. 그게 도쿄 스타일이라나.”

 “도쿄 스타일은 무슨.“


 한때 엄마는 형이 장남이라 기대를 많이 하셨었다. 좋은 대학 보내시려고 어려운 살림에 돈 많이 써서 과외도 시키고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도 갔었다. 하지만 형은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학업을 뒷전으로 했고 입시는 망쳤다. 그 이후 엄마는 누나와 나에 대한 기대도 접으셨고, 형에 대해 불만이 생기셨다.


 “아이구 막냉이 왔어?”

 “어 누나, 굿모닝.”

 “얼른 먹구 시부야 거리로 나가자구.“


 나는 커피를 마시는 두 모녀를 보며 아까 봤던 고양이를 떠올렸다. 고양이는 그냥 그대로 두고 나왔다. 형이 발견하면 하는 거고, 호텔 직원이 보면 보겠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누구 고양인지도 모르고 외국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안섰다.


 “모두 오하요-”

 “어?”

 “오빠, 안녕 근데... 걘 뭐야?”

 “...”


 그때 등장한 젖은 머리의 형은 왼손에 고양이를 안고 반바지 차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웬 고양이?”

 “호텔 방문 앞에 웅크리고 있더라구.”


 엄마와 누나는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나 역시 모른척 하며 그런 분위기에 합류했다.


 “어떡할려구?”

 “같이 다니지 뭐. 가다가 경찰서 있으면 맡기던가.”


 형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프런트에 데려다 주는게 맞지 않을까?”

 “호텔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면 지들도 처치곤란 일텐데?”

 “우리는 어쩌고.”

 “그냥 신경 쓰지 마. 내가 델꾸 다닐텡께.”


 누나는 형의 똥고집을 수십 년간 봐와서 알기에 더 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나는 뭔가 죄책감 같은게 들어서 형의 품에 안겨있는 녀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희한하게도 처음 본 사람 품에 안겨서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 편안해 보였다.


 “오늘도 날씨 화창하다.”


 엄마의 한마디가 삼남매에게 얼른 먹고 밖에 나가자는 미션으로 주어졌다. 우리는 바쁘게 음식을 가져다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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