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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훈 May 06. 2024

8화 : 요요기 (1)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녀석을 응시한 채 천천히 눈을 깜빡거렸다. 어느 책에선가 고양이가 그렇게 하면 나는 너에게 우호적이라는 걸 표하는 것이라고 읽었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놀란 듯 동그랗고 노란 눈으로 날 보다가 다시 혀로 자신의 털을 핥았다. 입가에 음식 찌꺼기 같은 게 붙어 있는 듯 보였다.


 언제 시부야에서 여기까지 온 걸까. 에비스가 원래 녀석의 집인 걸까?


 “저 고양이 때문에 그러세요?”


 등뒤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단지를 나눠주던 사람. 젊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꽤 나이가 있어 보였다.


 “쟤 아세요?”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알죠.”


 그러고는 눈가에 미소를 띠는게 그동안 녀석의 사연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어, 얘가 어디 갔죠?”


 어느새 녀석은 또 사라지고 없었다.


 “자기 아들한테 갔을 거예요.”

 “아들이요?”


 밀크티 사장의 말로는 녀석은 아들이 하나, 딸이 하나 있다고 했다. 딸은 털이 하얀데 워낙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역마살이 낀 냥이라고 불렸다. 아들은 이곳에 있지 않았는데 태어난 곳 근처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들이 어디서 태어났는데요?”

 “외국분이신 것 같은데...요요기 공원 아세요?“

 ”들어본 적이 있는것 같아요. 거기 근처에서 아이돌 콘서트 자주 하잖아요?“

 ”맞아요. 진구 구장이 그 주변이고.“


 요요기 공원. 녀석의 아들은 거기에서 태어나 아마도 그곳을 떠나지 않는것 같다고 했다.


 “전 카페에 가봐야겠네요. 알바가 문자 보낸줄 몰랐어요.“

 “나중에 밀크티 마시러 갈게요.“


 사장까지 가버리고 나니 내 마음은 빈 공간이 더 커지는 듯했다. 고양이들은 어째서 내 마음을 후벼 파는 것일까. 왜 나는 녀석들을 생각에서 내보내지 못하나.


 요요기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아직 벚꽃 잎이 다 떨어지진 않은 걸까? 서둘러 전철을 타고 도착한 역 앞에서부터 녹색과 분홍색의 기운이 보였다. 요요기 공원 안에 들어가자 드문드문 이었지만 벚꽃잎의 흔적들이 나뭇가지에 분홍색을 칠해주고 있었다.


 “요루모 키레이 훈이끼 다네.”

 “네-”


 퇴근한 커플들이 사랑을 나누는 연못가 같은 곳을 지나며 세상은 부쩍 깜깜해져 갔다. 홀로 커플의 성지를 찾은 자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꽤 넓은 공원이었네 요요기.‘


 10여 년 전인가, 형과 함께 이 공원을 그냥 지나친 기억이 났다. 그때는 공원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진 않았고 메이지 신궁이라는 곳만 들렀었다. 엄마가 맨날 집콕하는 나를 활동하게 하려고 형에게 도쿄 여행을 같이 가라 하셨었다.


 어느새 꽤 많은 걸음을 걷고 있었다. 검냥이 녀석도 아들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외진 곳에 거처가 있을 듯했다.


 언젠가 서울숲에 갔을 때 유기묘 급식소 같은걸 본 적이 있었다. 서울숲에 사는 냥이들에게 방문객들이 먹이를 놔둘 수 있는 작은 집이었다. 그런게 요요기 공원에는 없을까?


 “냐아-옹.”


 음?


 얼마나 걸었을까. 어두워져서 뭔가 보이진 않았지만 미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냐아앙~“

 ”너구나, 아들.“


 맥도날* 너겟 조각이 옆에 뒹굴고 있었고 털이 다소 부스스한 작은 존재가 날 발견했는지 울어대고 있었다. 가까이에 있던 검냥이가 곧 나타나 아들 근처를 맴돌았다. 언제 사냥했는지 모를 축 늘어진 생쥐 한마리를 아들 앞에 갖다 놓은 뒤였다. 아들은 계속 울었고 검냥이는 아들에게 선뜻 가까이 가지 못했다.


 그런 검냥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생각나서였다. 자식을 먹이기 위해 부단히도 고생했고 열심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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