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냥이처럼 아버지도 가족의 보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먹여 살리는 일’에 충실했지만, 소통하는 법을 몰라 가족들 주위를 맴돌기만 할 때가 많았다.
‘이 녀석 혹시..‘
아들의 주위를 더 살펴보니 검냥이가 부지런히도 먹을 것을 구해다 준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먹지 않은게 분명했다.
‘구내염인가?‘
고양이가 구내염에 걸리면 밥을 못 먹는다고 들었다. 누나가 알려준 정보였다. 누나도 한때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웠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나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두 마리를 더 입양했고 모두 유기묘들이었다.
누나가 세 번째 유기묘를 집에 들였을 때 가족들은 다들 반대했었다. 당시 승진을 앞둔 누나는 매일 바쁜 나날들인 데다가 이미 사이좋은 두 마리의 영역에 새로운 냥이를 데려다놓는게 불안해보였다.
“아침마다 집 앞에 와서 애처롭게 웅크리고 있는데 어떡해. 세상 제일 불쌍한 눈빛으로 날 보는데.”
누나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세 번째 냥이는 밥을 줄때까지 누나네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했다. 그리고 누나네 반려묘가 되고 나서 구내염에 걸린 적이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일본에서 병원을 가본 적도 없고, 동물병원은 더더욱 없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의 주인이 된다면. 그런 상념들 속에서 두 녀석을 들어 올렸다. 두 마리 다, 특히 아들내미는 몸집이 작아서 무리 없이 내 두 팔 안에 들어왔다.
“형이랑 같이 가자.”
“저 손님! 잠시만요~!!”
“네?”
깜짝 놀랐다. 냥이들을 데리고 막 공원을 나가려는데 멀리 화장실에서부터 하나의 형체가 달려왔다.
“아 겨우 닿았네. 헥헥, 아이고 힘들어.”
날 붙잡은 사람은 가까이서 보니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가슴팍에 요요기 공원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누구시죠?”
“공원 관리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관리인은 한번 더 차올랐던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
“동물을 공원에 데려오신 분은 전화번호를 남기셔야 합니다.”
“네? 제 번호요?“
“저희 규칙상 그렇습니다. 혹시 실종되거나 했을 때를 대비해서 연락을 드리기 위해서니까요.”
그렇구나, 디테일한 배려다. 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그가 내민 종이에 전번을 적어주었다. 그는 번호를 유심히 보는 듯하더니 이윽고 내게 말했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