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천천히, 남들과는 다르게
효율적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무엇을 하는데 효율적이란 것인가?
누구에게 효율적이란 말인가?
산업혁명, 식민지 전쟁, 무역 갈등, 나의 월급 등 이런 것들을 관통하는 헤게모니 중 하나가 효율성이다. 우리들 엄마가 백수인 자식을 보고 한숨을 짓는 이유도 이와 같다. 다만 세계의 이상한 원리와 원칙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순수한 아이들에게는 다른 효율성이 존재한다.
유한한 삶이 주어진 인간이기 때문에 효율성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무한한 시간 앞에서 효율성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예술과 취미는 그나마 이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나의 행복과는 가깝게 느껴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효율성이라는 것은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러 투입자원 중 유연하게 조절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대다수의 물질적 자원이나 우리의 노동력은 목적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회사가 나에게 야근을 시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용자 회사에게는 나의 노동력을 갈아 넣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100개의 쿠키를 만드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시간을 최소한 사용하면 될까?
돈을 가장 적게 들이면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왜 쿠키를 만드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이에게는 돈을 주고 구매한 뒤 멋진 장소에서 커피 한잔과 곁들여 먹는 것이 가장 좋을 옵션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100개의 쿠키를 하나하나 만드는 시간이
사람들이 대화할 때 이 효율성이라는 조건을 당연한 가정이라 생각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대화에서 이런 부분을 당연히 생략하곤 한다.
나는 가끔 이런 부분에서 대화의 허들을 느끼고 피로감을 느낀다.
어쩌면 비효율적인 것(순순한 아이들에게 효율적인 것)들은 상당히 가치절하가 되어왔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상당히 비효율적인데 말이다.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천천히
비효율적인 삶을 추구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