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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Mar 21. 2023

취미 찬양

더 재밌게

나는 남들보다 민감하고 불안감의 수치가 높을 때가 많다.

그리고 우울감에 빠져있는 시간만큼 환희에 차서 삶의 재미를 느끼는 시간 또한 많이 가진다.

양 극단을 오가는 기질이 있다.


통제된 환경을 좋아한다.

여행 가서 나의 계획과 어긋난 상황이 펼쳐지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차나 비행기가 늦어져 예정된 호텔을 갈 수가 없는 경우

예약한 렌터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동 방법이 없어진 경우

머릿속은 하얗게 질려버리고 극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평소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느림 삶을 추구하고 우연적 사건의 장점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명상을 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상황에 매몰되지 않게 잔잔한 환경에 둘러싸일 수 있게 감정을 조정한다.


아무튼 이런 성향을 가진 나에게 통제된 환경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큰 만족감을 준다.

일이나 취미에서 내가 뛰어난 솜씨를 뽐내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경우도 좋다.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결과가 아니고 운빨로 얻은 과실도 충분히 달콤하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자랑질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너무 멀어서 거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의식주에 관한 것을 보면 아주 아주 부럽다.

스타트업 다니는 친구가 창업해서 투자를 받는 것은 너무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산해진미를 먹는 것, 멋진 옷을 입는 것은 너무 부럽고 따라 해보고 싶다. 세계 최고의 부자도 매일 먹고 자야지만 살아갈 수 있고 그들의 식사가 나의 식사보다 엄청 더 특별하진 않을 것 같다. 내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의식주에 관련된 취미는 가심비가 좋다.


얼마 전에 집을 이사한 탓에 서울을 동남부에서 거주 중이다. 여기서는 서해안보다 동해안이 접근성이 좋다. 교통체증만 없다면 2시간 반이면 충분이 속초나 양양에 도착할 수가 있다. 백두대간 설악산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온천도 있다.

그렇게 동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책도 읽으며 주말을 보내다가 2시간 짬 낚시를 다녀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8시간이나 12시간 배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가서 고생해서 잡는 것보다 간편하고 조과도 좋았다. 주말이 하루만 더 있었다면 바로 숙소로 돌아가 이걸 요리해 저녁을 차려먹을 텐데 조금은 아쉽게 아이스박스에 담아 서울 집까지 가져왔다.

그리고 열심히 생선 비늘도 치고 요리도 해서 밤 10 시가가 다 되어서야 야식 준비를 마쳤다.

얼음잔에 청주를 한잔 따르고 회 한 점을 먹는 순간 나의 주말은 완벽히 마무리가 되었다. 

더할 나위 없는 주말이었다.


달달하게 취해서 미래를 꿈꿨다.

텃밭에서 야채도 기르고 이탈리아 요리도 배워서 직접 만들어 먹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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