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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l 16. 2023

시동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많이 공감된다. 실행력이 좋은 나에겐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말이기도 하다.


시작이 나쁘면 중간이나 끝이 좋지 못하다. 예열 잘하지 않고 기계를 쓰다간 고장 나기 십상이다. 내 몸도 기계와 비슷하다. 초보자들은 마음이 급하다. 나는 평균 이상으로 급하다. 그러다 보니 쉽게 다치고 지친다.

10km 달리기를 한 500m 달리기쯤으로 생각하고 뛰다가는 한 2km도 못 가서 나머질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건 이렇게 무작정 뛰다 몸에 무리라도 오면 한 며칠은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주로 그렇다. 

성급하지 않은 법 차분해지는 법만 배워도 많은 초보자의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책과 영화도 볼 때도 건너뛰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선 막상 이해가 안 되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본다. 그제서라도 찬찬히 보면 될 터인데 보다 보면 어느샌가 속도가 붙어 띄어 넘기를 하고 있다. 결국 남들보다 2배 정도 오래 걸리는 편이다. 내 인생도 좀 그러한 편이다

이제야 겨우 전공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약 20년이 되었으니 그 정도 늦음 셈이다. 요즘은 옛날 나이의 0.7배 정도라고 보면 된다던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8년 정도 느린 편이다. 쪽팔릴 건 없지만 좀 더 할인해 줬으면 좋겠다. 한 0.5~6배 정도로.


시작을 했고 성급하지만 않았다면 이제 중간단계로 접어든 거라고 볼 수 있다. 나이로보나 얼굴로보나 나도 내 인생 초반쯤은 지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중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살짝 짐작해 보면 중간의 특징이 있다.

초중후

기승전결

7막 7장

어디를 끊어서 나눠보더라도 중간이 제일 길어 보인다. 중간 안에서도 여러 단계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중간의 특징은 길다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중간은 길다. 내가 봐도 전혀 설득력이 없지만 그래도 중간단계의 해법을 예상해 본다면 루틴이나 습관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긴 하루를 잘 보내기, 1년 365일을  잘 보내기, 10km 달리기를 잘 뛰어보기 등 무언가를 끈기 있게 장시간동안 잘해보려면 필요한 게 루틴이라고 본다.

너무 상세한 루틴이 아닌 큰 개요정도인 것 같다. 전술보단 전략에 가깝다. 즐겁게 운동하기 정도로 전략을 잡았으면 상세한 전술정도는 약간의 변주를 주어도 무방해 보인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아주 계략적인 전략을 잡는 편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뛰고 중간엔 유지하고 마지막엔 피치를 올리기 정도이다. 달리기도 나의 루틴이긴 하지만 나의 하루가 좀 더 정해진 루틴에 가깝다.

1. 양치하기

2. 커피 마시기

3. 조깅하기

4. 웨이트운동하기

5. 출근. 오전일과

6. 차 마시기

7. 견과류 먹기

8. 점심 먹기

9. 간식 먹기

10. 집중업무

11. 저녁

12. 테니스

13. 책이나 영화

여기서 한두 가지 정도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매일이 비슷하고 주말엔 약간 다르다. 그리고 이 루틴을 하는 게 매우 즐겁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몇 가지 놓치고 못하는 날엔 뭔가 찌뿌둥하고 기분이 별로다.  재밌는 웹툰이나 할인기간을 놓친 기분이 든다.


이 루틴도 언제 가는 권태기가 올 거라는 예상이 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큰 루틴을 계획하곤 한다. 약간의 변주가 나에게 스트레스보단 흥미로운 소재로 다가올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아직 중간도 완료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지는 당연히 모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나에게 끝날시간이 다가오는 게 보일 때 초연히 미래를 받아 들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하루하루 흥미롭게 끈질기게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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