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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l 19. 2023

아침 풍경

헬스장은 샤워실은 8시에 이용하세요

6~7시 정도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는 건 정해진 나의 일정이며, 집착이기도 하고, 재미와 행복이기도 하다.


아침 달리기는 저녁보다 여유롭다.

해질녘의 차분함보다는 봄같이 산뜻한 기분이 매일 아침 생겨난다.  코스에 따라 높은 빌딩숲을 지나고 여러 동물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탄천변을 지나기도 한다.   

오래간만에 비가 그친 탓에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히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뛰었다. 

먹이 잡으러 온 새들, 길 잃은 거북이,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유독 하늘과 햇빛과 사람들의 말소리가 달리는 배경 속으로 들어왔다

도착한 회사 아래층 핼스장은 무척 분 빈다. 요즘 작심삼일하는 사람들보다 갓생하는 분들이 많다. 헬스장의 분위기는 시계가 7시 8시 9시로 흘러가는  아침 시간에 급히 변동한다. 가장 북적이는 시간은 9시 직전. 샤워실의 분위기는 약간 흥미롭기까지 하다. 

얼굴이 떨어져 나갈 듯한 강력한 세수, 분노의 양치질, 쌍절곤 돌리듯 타올로 몸의 물기를 훔쳐내는 풍경이다. 그리고 요리사가 조리기구와 양념통을 다루듯 리듬에 맞춰 화장품을 얼굴에 바른다. 메트로놈이 따로 없다. 스킨을 얼굴에 때려 바르는 소리, 화장품통이 상판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박자가 아주 딱 떨어진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8시 40분이 아니라 8시 정도에 샤워실을 이용하길 좋아한다. 

아무리 북적이는( 1년 이용 24만 원 정도의) 회사 근처 헬스장이라도 이 시간엔 출근할 사람들은 거의 다 빠져나가 한산해지는 시간이다. 

샤워기의 물은 고르게 나오지 않는다 꼭 몇 대의 샤워기는 부서져있거나 찬물만 나온다. 여름엔 더운 몸도 식힐 겸, 빠르게 샤워도 끝낼 겸 무리 없이 100% 가동률을 보이지만 추운 겨울에 찬물샤워란 쉽지 않다. 샤워실을 더욱 붐비게 한다.

8시 정도가 좋다.내 머릿속 메트로놈의 탬포가 여유롭다.

숨돌릴틈 없는 8시 50분은 하루의 시작부터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로 나를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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