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의식주
왜 그땐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핍을 채우기 위해,
만족감을 느끼려고 했을까?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했을까?
왜 지금의 난 겉으로 달라진 게 없는데 180도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걸까?
원인을 찾기는 너무 어려우니, 지금을 기록해서 앞으로도 힘들 때 지금을 따라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의, 기분을 묘사하자면 열심히 사는듯한 느낌이다.
인생 살기에 100%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단순하고 간결해진 느낌이다.
50리터 배낭을 메고 등산을 하다가 엄청난 고생으로 몸과 마을을 다친 후,
다시 가볍게 짐을 꾸린 후 등산을 하는 느낌이다.
짐을 간결히 싸기란 어려운 종류의 일이다.
노하우가 필요하고 그전에 노하우를 기를 수 있는 실패들이라는 자양분이 필요하다.
미래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기도 어려운 일이다. 어떤 미래가 나에게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나의 반응을 비슷하게 만든다면 준비물이 훨씬 간결해진다. 그리고 여행에서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도 짐을 간결하게 해 준다.
등산도 하고, 낚시도 하고, 유적지도 가고, 도시락도 준비하고, 커피도 마셔야지라고 결정하면 짐이 많아진다. 물론 간결한 준비로도 여러 여행이 가능하기도 하다. 다시 말해 무엇을 할지 정하면 간결해지는데 그 무엇이란 '나의 행동'보다는 '나의 느낌'에 가깝다. 산 정상에서 오이 하나와 김밥으로 느끼는 행복을 원하는지 아니면 압력솥에 끓인 백숙을 원하는지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상황들에 대비하려면 준비물이 많을수록 도움이 되지만 길게 가려면 짐이 가벼운 게 도움이 된다.
이전의 생활에서 100%라고 느끼지 못한 이유는 내가 가진 것이며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였던 것 같다. 토스트 빵에다 버터랑 딸기쩀을 올리고, 피넛버터도 올리고, 초콜릿도 올리고, 이것저것 다 올려서 먹으면 난 토스트를 먹은 것이 아닌 게 된다.
요즘의 나를 기록하는데 다양하게 골고루 의식주로 나누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할매들은 화려한 옷을 좀 좋아한다. 그래서 어린 자식들이나 손주들에게 과하다 싶은 디자인의 옷을 추천하면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내가 너 나이라면 저런 거 입을 텐데', 쇼핑카트에 담긴 옷들의 결제버튼을 누를 때 미래의 내가 빙의되어하는 말이기도 하다
'교복이나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게, 아침마다 고민할 것이 적고 매우 효율적인 것이다'라는 이상한 말을 종종 듣곤 하다. 재밌는 옷고르고 입는 일을 줄인다고?? 나는 반문할 수밖에 없다. 난 여유가 된다면 하루에 여러 번이라도 옷을 갈아서 입고 새 기분을 내고 싶다. 과거 귀족들이나 입던 파티복을 이젠 매일 입을 수 있다. 2차 대전 때 독일군이나 연합군이 입던 옷은 현재의 패션에도 영향을 준다. 분명 옷이 가진 힘이 있다. 핼스장에서 주는 똑같은 운동복이 난 너무 싫다.
먹는 것에 그리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맛보단 성분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닥치는 대로 대충 먹는 편이었다. 아니 무얼 먹어도 대체로 행복한 편이었다. 내가 마른 비만이란 거 깨닫게 전까진 말이다.
건강에 옐로카드를 한번 받고 나서는 좀 더 신경을 쓰기도 하지만 술을 좋아하기도 한다. 특히 식전에 먹는 술이 좋다. 주량이 적지 않은 탓에 과음을 한 적이 많다 그리고 다음날 숙취로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식전주가 나에겐 좋다. 술이란 게 먹다 보면 절제가 되지 않는 게 당연한 것 같다. 그리고 취하고 나선 사실 한잔 두 잔 더 마시는 게 기분을 더 좋게 하는데 그리 도움 되지 않는다.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 그냥 술이 술을 당기는 모양새가 된다.
삼시세끼 다 챙겨 먹으니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요즘 두 끼 마음껏 먹는데 소화가 잘 되는 것 같다. 사실 먹는 양은 세끼보다 폭식하는 두 끼가 더 많지만 쿨타임을 가져서 인지 소화가 더 잘된다. 내 위도 더 커졌다.
예민한 나에게는 먹는 것이 수면과도 상당히 관련이 높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배가 부른 채로 자면 아침에 확실히 피로감이 더 크다. 제로콜라를 먹더라도 그건 변함이 없다. 수면에 방해되는 않는 선에서 저녁 식사 이후 먹을 수 있는 건 따듯한 차뿐이다. 아니면 늦게 자던지.
잘 자는 게 정말 중요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하루 전체의 기분이 상한다. 가성비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나에겐 잠이다. 그래서 오늘 여름용 이불을 샀다. 무려 인견, 실크다
주, 사는 공간이 하면 단순히 집은 아닌 것 같다. 좁게 봐야 주로 잠을 자는 집이고, 넓게 보면 나의 활동 반경에 포함된 모든 공간이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 사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집, 회사, 취미공간, 그리고 그 사이를 이동하는 공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 공간들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내 의지대로 변화를 주는 게 가능하다면 인생의 만족도가 올라간다. 죽도록 다니기 싫은 회사, 출근길이 지옥이라면 바꾸는 게 맞다. 회사를 바꾸던지 출근길을 바꾸던지.
재택근무를 하라면 나도 굳이 싫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동 시간을 아껴주는 장점 말고 단점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일하는 공간 분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좁은 집보단 개방된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좀 더 쾌적하다. 난 재택보단 지근거리의 회사가 있으면 한다. 사실 물리적으로, 금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집은 산속이나 자연에 있길 바라고 회사는 빌딩숲에 있길 바라는데 이 둘이 동시에 가능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느 정도 타협을 하는 편이다.
컨트롤 가능한 취미공간은 다양하게 적용해 볼 수 있다. 서재나 헬스룸을 가질 수도 있고 골프회원권을 가질 수도 있다. 난 취미 부자이다. 최근 년 단위로 등록하는 테니스 코트 1면을 계약했다. 이제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가질 수 있다. 더 이상 떠돌이 게스트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클럽을 만들 수도 있다
누가 그러더라 이 아보카도 씨앗이 자라 언제 나무에 열매를 맺을까?
노인들은 그러신다 80년도 눈 깜작할 사이에 갔다고,
하루 24시간, 1년 365일, 100살까지라고 봤을 때 3~40%의 내 인생이 이미 소비됐다. 앞으로 좀 더 가성비를 따져 봐야 한다. 가심비도 무척 중요하다.
하루하루를 좋은 것만으로 꽉꽉 채우면서 살고 싶다. 복사기에 넣기 전 A4 용지 한 팩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