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쏴재 Jul 29. 2023

목적 있는 삶과 도파민

운동의 목적

도파민은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무언가를 원하게 만들어 행동하게 만들고, 행동하지 않게 만들고, 무언가를 학습할 때도 보상과 벌을 줘서 행동을 조절한다. 보상이란 도파민이 분비되어 행복, 만족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고 벌이란 도파민이 나오질 않아 또는 그 양이 적어서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도파민은 행동에 큰 영향을 주는데 그 수치가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행동의 이유를 항상 다른 데서 찾는다.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미래의 성공과 결과를 위해서야'

영 틀린 말이 아니지만 하루하루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하루를 노력하고, 견디고, 만족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성공이라는 장기적인 목표와 성과보다 지금 바로 뇌 속 화학작용으로 일어나는 도파민 영향이 더 많은 듯하다.


공부를 멈추고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이유는 집중력의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도파민을 더 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한 것이다. 그 반대를 선택한다는 것은 공부를 멈추었을 때 받는, 불안과 걱정으로 인한 도파민 감소를 피하기 위한 행동인 것이다. 즉 둘 다 합리적인 추론에 따른 결과이고 우리의 뇌는 이런 방식으로 진화를 해왔다. 엄청 짧게 후려친 도파민에 대한 이해로 우리의 행동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겠지만 도파민을 고려한 우리 행동들에 대한 이해의 차이는 매우 크다. 매일 똑같이 하는 공부 하지만 집중력이 매일 다르게 느껴진다. 몸 상태뿐만 아니라 정신의 영향도 받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공부하는 행동이 도파민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을까? 이 부분을 고민해 보고 노력해 본다면 무작정 집중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 그냥 닥치고 하라는 것은 너무 전근대적인 방법이 아닐까?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서 있는 것도 틀린 게 아니다, 반대로 가는 것보단 낫다. 도파민에 대한 이해나 현대과학의 발전 없었더라면 나는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물 위의 낙엽수준지만 이제는 급류에 휩싸인 개구리정도는 되는 것 같다. 물론 개구리보다 낙엽이 받는 고통이 덜하다.


운동이나 쇼핑을 도파민의 수준으로 해석해 보자 

나는 무엇이든 급하게 하는 성격이고 초심자일 때 만족감이 매우 높다 그리고 갈수록 재미가 시들시들해진다. 작심삼일은 나의 성격을 아주 잘 설명해 준다.

그래도 운동은 내가 지속적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고 수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오고 있다. 운동을 통한 만족감이 미래에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가늘고 길게 도파민이 쭈욱 나와줘야 한다. 하지만 이게 스피커 볼륨키를 돌리듯 조절할 수가 없다. 쇼핑도 그렇다 계획적으로 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극과 만족의 역치가 생기다 보니 직전 자극보다 더 강한 자극과 도파민을 원하게 된다. 정해진 레퍼토리 마냥, 짚을 들고 불에 뛰어든 것 마냥 순식간에 다 불타올라버린다. 가진걸 홀랑 다 써버리고 나면 그동안의 결과와 결실이 허무해 보인다. 지쳐 쓰려 저 있다가 또 다른 중 독거릴 찾아 헤매게 된다. 삶의 회의감이 든다. 우울감이 찾아온다.

마약이 도파민에 영향을 주어 행동을 제한하는 것도 이것과 비슷하다. 충족되었을 때 짧은 만족감보다도 없을 때의 무한한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건물에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만 있고 걸어갈 수 있는 계단이 없는 것과 같다. 도파민의 역치가 올라가는 것이 그렇게나 무서운 일이다. 마약으로 한번 넘어선 뇌 속 화학적 물질의 역치는 불가역적이라 한다. 다시 마약을 하지 않는 한 앞으로 남은 삶에서는 고통만이 있게 된다. 내려오는 길이 추락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만족이란 건 주관적이라 수치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릉이를 타고도 만족할 수 있고 수천만 원짜리 바이크를 타도 만족 못할 수 있다. 한잔의 커피를 벌컥벌컥 마실수도 있고 한 모금씩 음미할 수도 있다. 설탕에 중독되어 더 많은 설탕을 원하는 것은 자극의 역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설탕을 100일간의 제한한 후에 맛본 설탕 1g의 단맛이 매일 100g씩 섭취하다가 1kg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중독의 수준도 낮고 더 지속가능해 보인다. 만족감의 수치를 눈으로 보기란 어렵지만 자극의 강도와 시간은 눈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이 두 가지를 조절하는 것이다.

       

쇼핑의 경우 자극을 제한하기가 좀 더 간편하다. 구매 금액이나 쇼핑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자극을 유지한 체 만족을 늘리는 것이다. 혼자만의 패션쇼 타임을 즐길 수 있다. 기록하거나 평가하는 시간을 좀 더 누려볼 수 있다. 

운동의 자극을 제한하는 것은 좀 더 복잡하다. 자극을 줄이면 만족감이 금세 줄어버린다. 다른 방법으로 확장이 필요하다. 같은 자극이라도 좀 더 다양하게 투입하고 만족감을 유지시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운동의 목적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운동은 내가 지속적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이 목적을 분석해 보면 '건강과 만족'이 주요 키워드이다. 건강하기 위한 운동은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고 충족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훈련으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힘들게 훈련해서 목표한 성과를 내는 것은 머리가 조정을 하고 몸은 따라와 줘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건강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머리로 생각해서 몸에게 잘 배려해 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만족은 매일 찾아올 수 있다. 최종 목표에서만 큰 만족감이 오는 종류의 행동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언젠가는 끝이 날 수밖에 없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것이다. 그 절벽에서 우리의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도파민 절벽에서 떨어지더라도 삶은 계속될 것이고 그 고통을 삼킨 체 나아가야 한다.


요즘 기록을 위한 운동은 줄이고 지속가능한 운동을 위해 안정화운동 회복운동에 더 만족하며 살고 있다. 

운동보다는 사는 걸 택했다. 당신은 무엇들을 하면서 살 때 행복한가? 

매거진의 이전글 우쥬라이크 썸 coffee? or te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