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민이 되다(8)

서울 탈출의 이유

by 쏴재

귤 따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주에서의 생활을 체험하고, 서핑을 즐기며 자연과 가까워진 그는 비로소 자신이 서울을 떠난 이유와 목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제주행을 결심하고 배에 몸을 실었을 때까지도 계속되었던 긴장감이 이제야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마치 숲 속에 있으면 숲 전체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 생존 본능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이제야 깨닫고 있었다.


서울 탈출의 이유는 그가 40여 년간 살아온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 판단은 단순했다.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에서 2시간 이상 보내고 싶지 않고, 인서울 신축 아파트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감각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이 판단은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준과 감각적 경험을 융합한 결과였다. 그의 감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만들어냈다.


그의 심장이 뛰는 이유는 직장의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설렘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와 설렘이라는 개념은 개인이 느끼는 감정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의된 범주이기도 했다. 그는 이런 복잡한 감정을 바탕으로 서울이라는 환경을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생존에 유리한 특성이지만, 그는 이를 자주 부담으로 느꼈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며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본능적인 욕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잘 먹고 잘 자는 기본적인 행복이 이성적으로 추구하는 높은 가치를 이루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행복은 크고 한 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자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독신주의를 외치고 혼밥을 즐기지만, 인간의 사회성은 여전히 생존에 중요한 요소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은 그룹과 짝을 이루어 생존해 왔고, 이로 인해 타인의 인정과 관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서울에서의 삶 속에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며 자신을 소모하곤 했다.


서울과 제주의 가치는 분명히 다르다. 이는 단순히 지역적 차이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와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그는 자신이 사회적 틀에 갇힌 느낌을 받았다. 반면, 제주는 더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환경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삶을 더 제주스럽게 만들고자 했다.


결국, 그는 서울을 떠나 제주의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제주에서의 귤 따기와 서핑은 단순한 취미나 체험이 아니라, 그가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자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의 일부였다. 그렇게 그는 진정으로 서울 탈출에 성공했다고 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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