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민이 되다(7)

다시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

by 쏴재

그가 처음 서핑을 접한 곳은 강원도 양양이었다. 푸른 파도와 드넓은 해변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던 그 첫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서핑보드 위에 서기 위해 몇 번이고 넘어지고 온몸이 물에 젖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파도와 씨름하며 보드를 타고 잠시라도 파도의 끝까지 미끄러져 나갈 때마다 그는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스노보드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도 있었다. 스노보드가 모터보트를 타고 질주하는 느낌이라면, 서핑은 요트를 타고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을 주었다.


그렇게 서핑에 빠진 그는 더 좋은 파도와 환경을 찾아 세계 각지의 서핑 스폿을 검색하던 중 발리를 알게 되었다. "서핑 천국"이라는 말이 왜 붙었는지 궁금했던 그는 친구들과 함께 발리로도 떠났다. 발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따뜻한 태양 아래 부드럽게 부서지는 파도와 현지 서퍼들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그를 매료시켰다. 그가 상상한 지상천국과 가장 유사한 곳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발리를 다시 찾았다. 서핑을 배우기 위해 장비를 빌리고, 파도가 좋은 시간에 맞춰 서핑을 하고 나서 하루를 보냈다. 현지 강사와 함께 하루 종일 서핑 연습을 하고, 해변가 카페에서 서퍼들과 맥주 한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기억은 그의 서핑 열정을 더욱 키웠다.


그가 달리기를 명상처럼 즐기듯이 서핑 또한 비슷한 면이 있었다. 파도는 자연의 일부로, 인간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존재다. 날씨, 바람, 온도는 그의 기분이나 계획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서핑은 이런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그가 긍정적인 시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는 서핑을 통해 삶의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

"살다 보면 힘든 날도 있고 어려운 날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서핑 열정은 서서히 식어갔다. 바쁜 업무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핑은 점점 그의 삶에서 멀어졌고, 결국 장비를 처분하며 단순히 추억으로만 남았다.


그랬던 그가 제주에서 서핑과 다시 재회했다. 제주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과거의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는 '왜 내가 이걸 멀리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당근마켓에서 서핑보드와 웻슈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장비를 구입하고 다시 서핑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이호테우 해변은 서핑을 재개하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발리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초보자와 감각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파도가 있었다. 그는 발리에서 쌓은 감각이 남아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몇 년 만에 다시 보드 위에 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여러 차례 파도에 휩쓸리고 물에 빠졌지만,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균형을 잡고 파도와 함께 나아가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보드 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예전에 느꼈던 그 감정과 다르지 않았다.


서핑을 마친 후 해변에 앉아 바라본 제주 바다는 발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담담하게 밀려오는 파도,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실루엣, 그리고 제주만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그를 따뜻하게 감싸줬다.


서핑은 다시 그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시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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