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민이 되다(11)

첫 번째 과제

by 쏴재

그는 한국 남쪽 고향에서 출발해 서울, 뉴욕, 다시 서울, 호찌민, 서울, 하노이, 서울을 거쳐 제주에 이르렀다. 크게 보면 국가와 도시 환경을 바꾼 경험만 6차례 이상이고, 작게 이사한 횟수는 더 많다.


그렇게 자주 해봤으면 도가 텄을 법도 하지만, 집을 구하고 이사하는 일은 여전히 그에게 버겁다. 단순히 물리적인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을 넘어, 여러 요소를 꼼꼼히 검토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뒤 시도해야 하는 일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각이 들거나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 계획을 전면 수정하거나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기도 한다.


그가 집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였다. 위치, 인테리어, 예산.


위치는 그의 일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어떤 위치에 사느냐에 따라 생활 방식이 달라진다. 마트나 시장 근처에 살면 그 편리함 덕분에 쿠팡 같은 서비스 이용을 줄일 수 있고, 근처에 운동 시설이나 산책로가 있다면 그곳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그는 주변 환경의 사회적·문화적 적합성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결국 제주행을 선택했다.


제주로 내려온 이유에는 해외와 한국 문화를 비교하며 느낀 점도 작용했다. 그는 10년 넘게 연애, 직장 생활, 일상 등을 통해 서양과 한국의 사회적 문화 차이를 몸소 경험해왔다. 특히, 서양의 주거 환경은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본 집들은 대부분 단독 주택이었다. 도심에 콘도미니엄 같은 아파트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주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로 인해 인구 밀도가 서울에 비해 훨씬 낮았지만, 교통 체증은 예외가 아니었다. 병목현상은 세계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였으니까. 그는 조도와 공간감에 민감한 사람이었기에 넓은 하늘과 높은 천장이 있는 집을 선호했다.


제주에서도 그의 기준은 명확했다. 직장과 가까운 시내, 조금 떨어진 읍내, 그리고 인구 밀도가 낮고 자연과 가까운 시골.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위치는 예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너무 먼 곳을 선택하면 유류비가 비싼 제주에서 월 10만~2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시내와 읍내는 익히 알고 있는 문제들—소음이나 유해 시설 같은—을 피해야 했고, 자연과 가까운 곳은 또 다른 주의가 필요했다. 목장이나 가축 시설에서 나는 냄새, 농약을 자주 사용하는 과수원, 지나치게 바람이 많이 불거나 단열이 안 되는 곳 등 새로운 고려 사항들이 있었다.

결국 그는 읍내의 집들을 집중적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제주로 내려오며 그의 연봉은 절반 이상 줄었다. 그래서 집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청결이나 냉난방비가 지나치게 들게 만드는 노후된 집은 피하고 싶었다.

예산을 많이 배정하면 인테리어 수준이 올라갔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그가 가장 바랐던 것은 실용성과 개인적인 욕구 사이의 균형이었다. 그는 서핑 스팟과 가까운 곳, 작은 텃밭이 있는 집, 친구들을 초대할 정도로 멋진 인테리어를 가진 집을 꿈꿨다.

임대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몇 년 이상 거주해야 ‘현지인’으로 분류되는지는 불분명했지만, 단기 관광객을 위한 임대는 대부분 외지인이 운영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주택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너무 많은 집을 보느라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직장과의 거리, 2년 계약의 적합성, 새 직장에서의 장기 근무 가능성, 월세와 생활비까지 여러 걱정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욕심도 있었다. 서핑 스팟에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작은 텃밭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 친구를 초대할 만큼 예쁜 인테리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얽히며 갈팡질팡했다.


그러나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지금 머무는 단기 숙소의 퇴거일이 가까워지면서, 그는 최종 후보 중 한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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